기초연금 받는 빈곤층 40만명에 月10만원 지급…복지 예산 4000억 늘리겠다는 국회

입력 2018-11-25 19:08
기초연금으로 소득 늘어나면
생계급여 줄이는 것은 '원칙'

복지위 증액안, 예결위 통과 땐
기초생활보장제도 흔들릴 수도


[ 김일규 기자 ]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월 25만원의 기초연금을 받았다가 그만큼 기초생활 생계급여가 깎인 노인(65세 이상)에게 내년부터 월 10만원을 추가 지급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대상 노인은 40만 명, 필요 예산은 4000억원에 달한다.

2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회 복지위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는 소득·분배 악화에 따라 내년도 기초생활 생계급여 예산을 4102억원 증액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담은 예비심사보고서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앞서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생계급여 예산은 3조7508억원이었다.

정부는 월소득이 일정 기준(2018년 4인 가구 기준 약 135만원) 이하인 가구를 대상으로 월소득과 기준액의 차이만큼 기초생활 생계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월소득이 100만원(4인 가구)이면 기준액(135만원)과의 차액인 35만원을 지급한다. 만약 기초연금(25만원)을 받으면 월소득을 125만원으로 보고 기준액과의 차액인 10만원만 지급한다.

일부 시민단체는 이를 두고 ‘줬다 뺏는 기초연금’이라며 개선을 요구해왔다. 기초연금을 지급했다는 이유로 생계급여를 감액하는 것은 줬다 뺏는 것과 같다는 주장이다. 시민단체인 ‘빈곤노인기초연금보장연대’는 지난 23일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국회 복지위의 기초수급 생계급여 4000억원 증액안을 국회 예결특위가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예결특위가 복지위 증액안을 그대로 통과시키면 기초생활보장제도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부의 우려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자신의 소득 및 재산으로 최저생활을 유지할 수 없을 때만 보충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원칙이다. 소득엔 각종 수당, 연금, 급여가 포함된다. 따라서 기초연금으로 소득이 늘어나는 만큼 생계급여는 줄이는 것이 원칙에 맞는다. 영국 일본 스웨덴 등도 모두 기초연금을 우선 지원해 소득으로 산정한 뒤 이에 모자란 만큼만 지원한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이유로 그동안 시민단체 요구를 거부해왔다.

복지부는 난감한 상황이다. 국회 복지위 합의안을 대놓고 반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눈치만 보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회 예결특위 논의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국회 관계자는 “내년도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이 1주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예결특위가 제대로 심사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