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공격한 헤지펀드 엘리엇, 5000억 평가손 추정

입력 2018-11-23 18:00
현대차·모비스 주가 급락에
보유 지분 가치 30% 이상 감소
더캐피탈그룹도 수천억 손해본 듯


[ 임근호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에 12조원 규모의 주주 환원을 요구한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5000억원 넘는 평가 손실을 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그룹 보유 지분 가치가 30% 이상 감소한 탓이다. 올해 현대차 주식을 사들인 미국 자산운용사 더캐피털그룹도 수천억원대 손실을 기록 중이다.

엘리엇은 지난 4월3일 현대차그룹 주식을 대량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8월 현대차그룹 경영진에 보낸 서신에 따르면 엘리엇은 현대차 지분 3.0%(약 640만 주), 기아자동차 지분 2.1%(약 860만 주), 현대모비스 지분 2.6%(약 250만 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후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가가 30% 넘게 급락하면서 엘리엇은 상당한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주식 보유 사실을 밝히기 직전인 4월2일 주가로 단순 계산하면, 엘리엇의 현대차그룹 보유 지분 가치는 약 1조8300억원에서 23일 현재 약 1조2558억원으로 5742억원 감소했다. 현대차 보유 지분 가치가 3507억원 줄고, 현대모비스와 기아차 가치도 각각 1938억원과 297억원 감소했다.

현대차의 엔진 리콜 문제가 생각보다 커지면서 엘리엇이 요구하는 수조원대 주주 환원도 쉽지 않게 됐다.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이 경기 침체로 3년간 부진을 겪어도 13조원의 잉여 현금이 존재할 것으로 계산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리콜 사태가 최악의 상황으로 번지면 수조원대 징벌적 배상을 해야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더캐피털그룹은 지난 3월 5.02%이던 현대차 지분율을 지난달 7.30%로 늘렸다. 이달 6.98%로 줄였으나 손실을 피할 수 없었다. 이 운용사는 3월 이후 현대차 주식 394만5612주를 순매수했다. 평균 단가는 16만3406원이다. 23일 종가(9만3700원) 기준 수익률은 -42.7%, 손실 규모는 2750억원이다. 총 보유 지분 6.98%에 대한 손실액은 이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평균 단가를 지난 3년간 현대차 평균 주가인 약 14만3000원으로만 잡아도 손실 규모가 7000억원이 넘는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리콜 관련 미국 검찰 조사 결과의 발표 시점이 불투명해 투자자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