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들수록 끼니 거르면 인지 기능 '뚝'…고른 영양 섭취가 치매 예방·치료에 도움"

입력 2018-11-23 17:33
분당차병원과 함께하는 중증질환 완전정복

김현숙 신경과 교수


[ 이지현 기자 ] “고령층일수록 영양 문제가 건강에 많은 영향을 줍니다. 하루만 밥을 먹지 않아도 인지 기능이 크게 나빠질 정도죠. 치매 약을 먹는 것만큼 운동이나 식단이 중요합니다. 밥 국 김치 김 등으로 단출하게 식단을 구성하지 말고 고기, 등푸른 생선 등 단백질을 식단에 포함해야 합니다.”

김현숙 분당차병원 신경과 교수(사진)는 “치매 환자는 증상에 따라 치료 전략이 달라야 한다”며 “보호자가 치료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치매 파킨슨병 헌팅턴병 등 퇴행성 뇌질환을 치료하는 신경과 의사다. 줄기세포를 활용한 치매 치료제 개발, 연구 등에 참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국내 치매 환자는 72만5000명이다. 65세 이상 고령층의 10% 정도가 치매 환자다. 고령 인구가 늘면서 2030년 치매 환자는 127만 명, 2050년 271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김 교수는 “65세를 기준으로 연령이 5세 많아질 때마다 치매 유병률은 2배씩 증가한다”며 “85세 이상 노인의 40%가 치매를 앓는다”고 했다.

치매는 완치를 위한 약물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치매 치료를 꺼리는 환자도 많다. 그러나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초기 단계에 약을 복용하면 증상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 김 교수는 “치매를 꾸준히 치료하면 치매 환자 가족은 8년 동안 여가 시간 7900시간을 더 누릴 수 있고 6300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며 “치매 초기 단계부터 약물치료를 하면 5년 뒤 요양시설 입소율이 55% 낮아진다”고 했다.

치매 환자 10% 정도는 적절히 치료받으면 회복할 수 있다. 평소 복용하던 약을 빼거나 조절하면 증상이 나아지기도 한다. 다른 질환 때문에 치매 증상이 생긴 환자는 원인이 된 질환을 치료한다. 명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는 환자도 관리를 잘하면 증상이 개선된다. 뇌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습관은 치매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기억하는 전략을 만들어주는 인지치료는 초기 환자에게 효과가 높다. 운동하면 혈액순환이 잘되고 뇌 신경활성 물질이 많이 분비된다. 영양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약을 먹으며 이 같은 생활습관을 잘 유지해야 한다.

치매 환자는 단계에 따라 대응법이 다르다. 김 교수가 다학제 치료를 강조하는 이유다. 그는 “신경과와 정신건강의학과 의료진의 조화가 중요하다”며 “뇌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핵의학 검사를 하는 의료진이 참여해야 하고 영양사, 운동치료사 등이 함께 환자를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내년에 치매센터를 열어 다학제 진료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치매는 뇌 기능이 점차 소실되는 질환이다. 평소 머리를 많이 쓰고 지적 활동을 많이 하는 사람은 치매가 생겨도 정상적인 활동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다. 젊을 때 뇌의 능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김 교수는 333 예방수칙을 권했다. 1주일에 3번 이상 걷기, 생선과 채소를 골고루 챙겨 먹기, 부지런히 읽고 쓰기 등 세 가지를 즐기고 술, 담배, 뇌손상 등 세 가지를 피하고 건강검진, 타인과의 소통, 치매 조기검진 등 세 가지를 챙기는 것이다. 환자들을 위한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 김 교수는 “진단과 치료는 병원에서 맡고 정부는 보호자 지원, 집에 있는 환자 관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중간 단계 정도의 치매 환자를 위한 프로그램은 늘고 있지만 증상이 가벼운 환자나 아주 심한 환자를 위한 프로그램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