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이온' 침대·팔찌 등 제조·판매 못한다

입력 2018-11-22 18:20
수정 2018-11-26 22:50
피부 직접 닿는 제품에 '천연 방사성 원료' 사용 금지…수입도 제한

원안위,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
'음이온 활용' 마케팅도 금지
정부, 방사성 물질 직접 관리
라텍스 제품 방사선 측정

'음이온=건강 도움' 의견 분분


[ 송형석 기자 ] 내년 하반기부터 침대와 속옷, 생리대, 팔찌처럼 피부에 직접 닿는 제품에는 모나자이트 같은 천연 방사성 원료물질을 쓸 수 없다. 음이온 팔찌 등 ‘음이온’ 제품도 퇴출된다. 음이온을 내뿜는 제품을 생산하는 데 방사성 원료가 쓰이기 때문이다.

‘라돈 침대’ 영구 퇴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 점검 조정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생활 방사선 제품 안전 강화대책’을 보고했다. 방사성 원료물질이 들어간 피부 밀착형 제품의 수입과 제조를 전면 금지하는 게 골자다. 지금까지는 방사성 원료물질을 사용했다고 해도 피폭량이 연간 1mSv(밀리시버트) 이하면 수입과 제조, 판매를 허용했다.

피부에 직접 닿지 않는 제품의 관리도 강화한다. 원료물질을 제조·수입하거나 판매하는 사업자에게만 적용했던 등록제도를 2차 가공품을 취급하는 사업자에게도 적용하기로 했다. 방사성 원료물질과 관련있는 모든 사업자를 정부가 직접 관리하겠다는 의미다. 방사성 원료물질을 구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정부에 등록한 사업자만 방사능 원료물질을 사고팔 수 있게 된다. 개인이 해외에서 직접 구입하는 라텍스 제품도 방사선 측정을 우선 실시한다.

정부가 생활 방사선을 엄중히 관리하겠다고 한 것은 지난 5월 대진침대의 매트리스를 시작으로 생리대 등 여러 생활용품에서 라돈, 토론과 같은 방사성 물질이 꾸준히 검출돼서다. 바닷가에서 채취하는 희토류인 모나자이트를 사용한 제품에서 라돈이 검출되는 사례가 많다.

라돈은 반감기(방사선의 양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기간)가 3.8일이다. 자연상태에서도 흔하고 반감기가 긴 편도 아니지만 단시간 집중적으로 피폭되면 암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 토론은 반감기가 55초에 불과해 라돈보다 덜 위험하다.


‘음이온=건강’ 공식은 허구

‘음이온 마케팅’도 금지된다. 원안위는 음이온이 건강에 유익한 것으로 소개하거나 설명, 홍보하는 행위 자체를 불법으로 간주할 계획이다. 천연 방사성 물질의 수요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음이온은 물질을 구성하는 분자가 음의 성질을 띠는 전자를 하나 더 가지고 있는 상태를 뜻한다. 그동안 음이온은 건강에 도움을 주는 물질로 여겨졌다. 숲속, 폭포 등에서 음이온이 많이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음이온 침대’ ‘음이온 정수기’ 등이 유행한 배경이기도 하다.

문제는 음이온 제품을 인위적으로 제조하는 과정에 있다. 음이온은 산소를 전기분해하거나 폭포처럼 물이 고체와 강하게 부딪칠 때도 만들어진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는 음이온을 발산하는 제품을 생산할 수 없다. 생활용품 업체들이 모나자이트와 같은 방사성 물질을 제조공정에 섞어 넣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음이온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숲과 폭포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음이온은 인체에 영향을 주기 힘들 만큼 미미하며 음이온이 피부를 통과해 인체로 들어오기도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음이온과 건강의 상관관계 역시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 이번 대책이 효력을 지니려면 생활방사선법을 개정해야 한다. 원안위는 올해 말까지 법률을 개정하고 하위 규정 정비도 내년 상반기 마칠 계획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