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으뜸중기제품] 아기연구소 일회용 침받이 '원데이빕스', 흡수·방수 4중 구조…아이 '침독' 걱정 덜었다

입력 2018-11-22 17:23
"내가 개척하면 블루오션 된다"
소신으로 승부

출생률 높은 美·동남아 공략


[ 이우상 기자 ]
과거에는 일회용 기저귀 대신 천 기저귀를 쓰는 사람이 많았다. 끓는 물에 삶다 보니 위생적이라는 게 장점이었다. 순면이라 민감한 아기 피부에도 안심하고 쓸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 천 기저귀를 쓰는 집은 별로 없다.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기저귀가 편리하기 때문이다. 이상욱 아기연구소 대표는 아기들에게 필요한 손수건에 이 아이디어를 적용했다. 지난 2월 일회용 침받이 ‘원데이빕스’를 내놨다. 이 대표는 “매번 빨아야 하는 침 닦는 손수건을 일회용 침받이가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 아기가 물고 빨아도 ‘안전’

원데이빕스 모양은 유(U)자 형태다. U자 양 끝에 있는 양면테이프를 뗀 뒤 아이의 양어깨 옷 위에 붙여주면 된다. 아기가 흘린 침은 침받이 위로 떨어진다. 이 대표는 “아기가 어린이집에 갈 때 한 장 붙여주면 하루 종일 침 걱정을 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침받이는 침을 빨아들이는 흡수층, 흡수한 침이 아기 옷을 적시지 않도록 하는 방수층 등 4중 구조로 돼 있다. 이 대표는 “흡수 능력이 일반 손수건보다 30% 이상 뛰어나다”며 “흡수층 아래 방수층은 침이 다시 아기 옷으로 번지는 일을 막아준다”고 했다. 그는 “침이 옷에 과다하게 스며들며 아기 피부에 문제를 일으키는 ‘침독’ 염려도 없앴다”고 덧붙였다.

제품에 들어간 모든 재료는 항균소재를 썼다. 국내 KC인증과 미국 CPSIA 인증(미국 출시를 위한 소비자 안전 인증)도 받았다. 아기가 언제든 물고 빨 수 있기 때문이다.

흡수층 방수층 등 각 소재를 붙이는 데는 접착제 대신 초음파 열접착 방식을 썼다. 이 대표는 “접착제를 쓰는 것보다 원가가 10배 이상 비싸지만 화학 접착제를 쓰지 않은 덕에 사회 문제가 됐던 휘발성유기화합물(VOC) 걱정을 없앴다”고 말했다.

미국 동남아 시장 먼저 집중

일회용 침받이 아이디어는 아기를 키우면서 얻었다. 이 대표는 “아기가 침을 흘릴 때마다 매번 닦아주는 게 번거로운 데다 손수건 빨기도 귀찮아 떠올린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기저귀나 생리대처럼 손쉽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가벼운 마음으로 지난해 4월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재료를 구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서울 을지로 방산시장을 다 헤매도 원하는 재료를 찾을 수 없었다. 알고 보니 휴지 생리대 같은 일회용 위생용품을 만드는 기업 중 작은 기업이 없어 시장에서 판매하지 않았다. 부직포 등 원자재도 수백㎏의 대용량(롤)으로만 나왔다. 주변에는 일회용 침받이는 시장 자체가 아예 없다며 사업을 말리는 사람도 있었다. 이 대표는 “내가 개척한 시장이 곧 블루오션이란 생각으로 버티며 사업하고 있다”고 했다.

원재료의 답은 그가 지난해 입교한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찾았다. 입교 동기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니 국내 위생용품 기업의 협력사를 알게 됐다. 제품을 제조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아기연구소는 출생률 낮은 한국 대신 해외 시장을 먼저 노릴 계획이다. 미국에는 지난해 10월 현지 법인을 열고 최대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를 통해 홍보와 판매를 시작했다. 동남아 시장 진출도 준비 중이다. 이 대표는 “인도네시아에서 한 해에 태어나는 2000만 명 중 재력이 풍부한 상류층 3%만 해도 60만 명”이라며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고 이어 국내 시장도 노리겠다”고 강조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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