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美, AI大 설립에 민간도 참여하는데 한국은 정부 예산만으로 AI 연구"

입력 2018-11-22 17:00
이장재 < 과학기술기획평가원 혁신전략연구소장 >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가 10억달러를 투자해 인공지능(AI) 대학을 설립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라파엘 리프 MIT 총장은 모든 분야 전공자들이 동시에 컴퓨터 기술을 잘 사용할 수 있는 미래의 ‘이중언어인(二重言語人)’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인공지능을 기술적 관점에서 접근해 가고 있는 우리로서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더 놀라운 사실은 MIT가 인공지능 대학 건립 자금의 3분의 2를 모금을 통해 조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중에는 3억5000만달러를 기부한 글로벌 사모펀드 블랙스톤그룹의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이 포함돼 있다.

인공지능 연구와 인력 양성이 정부 예산으로 대부분 이뤄지고 있는 우리의 관점에서는 부러울 뿐이다. 이런 MIT 사례는 우리에게 귀감이 될 뿐만 아니라 함축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첫째, 인공지능 분야에 거대 자금이 투입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전문인력이 거대 자금을 중심으로 움직이게 된다는 의미다. 최근 글로벌 수준의 인공지능 인재를 구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자주 들린다. 우리의 경우 채용에 유연성이 있는 기업은 대처가 가능할 수 있지만 정부출연 연구기관과 대학은 어떤가. 획일화된 급여제도로는 전문인력도 채용이 쉽지 않을 것이다. 인공지능 분야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기술 또는 기반기술이다. 전문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는 공공 연구분야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다른 첨단기술 분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기업 대응만으로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기를 헤쳐나가기가 어렵다. 공공과 민간이 협력을 통해 대처해야 한다. 첨단기술 분야에서도 공공과 민간, 각각의 역할과 기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분야뿐만 아니라 미래 첨단기술 분야에서 인력난은 첨예화될 것이다. 우리의 공공연구 분야가 전문인력 채용과 대우에서만이라도 적극적으로 변화해야 할 이유다.

둘째, 제조업이 아닌 민간영역에서 인공지능 분야에 거대 자금을 지원했다는 점이다. MIT 사례는 민간 금융분야에서 공공영역이라 할 수 있는 대학의 인공지능 분야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설령 그것이 단순 기부 행위라 해도 커다란 함의를 담고 있다. 인공지능 분야의 기술개발과 인재 양성을 공공에만 맡겨둘 수 없다는 메시지다. 이는 중국 웹서비스 기업 바이두가 추진하고 있는 ‘인공지능 인재 10만 양병론’과 맥을 함께한다. 제조업만이 아니라 다른 민간 영역에서도 인공지능 영역을 시급하고 중요한 분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핵심기술인 인공지능 분야에서 기술개발과 인재 양성을 둘러싼 생태계가 바뀌고 있다. 인공지능 분야에서의 변화는 시작에 불과하다. 4차 산업혁명기를 대표하는 다양한 핵심 기술 분야에서도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기초연구 및 첨단원천 기술개발과 인력 양성에 대한 공공의 투자와 이를 기반으로 하는 민간의 활용적 기술개발 활동이라는 공식에 변화가 필요한 시기가 온 것이다.

일부 기술 분야의 경우 정부와 민간의 역할이 송두리째 바뀌거나 변화될 수 있다는 가정을 전제로 정책과 제도가 운영되고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지금은 비록 인공지능 분야에서 후발국이지만 블록체인 등 일부 영역에서는 향후 선발국의 위치를 점할 수 있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가정은 산·학·연과 정부, 민간과 공공이 함께 변화에 대응해 생태계적 대응과 동시에 적절한 역할을 다할 때 비로소 구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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