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혈주의' 은행권, 연말 외부인사 영입 거세질까

입력 2018-11-22 15:07

'순혈주의' 전통이 강한 은행권에 올해 연말, 외부인사 영입 바람이 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외부인사 수혈로 은행의 디지털화에 성과를 거둔 만큼 올해도 전문성을 지닌 외부인재 영입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짙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 전환을 앞둔 우리은행은 올해 연말께 이뤄질 인사에서 외부인사 영입을 검토 중이다. 은행 임원 24명 중 13명의 임기가 다음달 8일 만료된다.

지주 회장을 겸직하는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안정적인 체제전환'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지만, 지주사 체제를 구축하는 데 있어 외부 전문가의 힘을 빌릴 수 있다는 것이 은행 내부 관계자의 얘기다.

이 관계자는 "지주사 조직 개편과 향후 비은행 계열사 인수합병(M&A)을 고려했을 때 우리은행의 인력만으로는 어려움이 있다"며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외부인사 기용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 지주 내에서 우리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99%다.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등 국내 주요 금융지주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65~70%인 것과 비교하면 과도하게 높은 수치다. 손 행장은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해 지주사 전환 후 증권·보험사 인수 등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우리은행은 오는 12월28일 주주총회에서 지주사 전환 방안을 의결한 후 인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외부인사 영입 뜻을 내비쳤다.

허 행장은 전날 열린 KB굿잡 취업박람회에서 "아직 (연말 임원인사에 대해) 생각할 틈이 없다"면서도 "새로운 시각을 지닌 사람을 외부에서 모시는 방법 등 여러 가지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허인 행장은 그해 12월 첫 인사에서 부행장직을 8명에서 3명으로 대폭 축소하고, 실무에 능통한 전무, 상무직을 늘렸다. 파격적인 인사를 통해 고객과 직원 중심의 조직 체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허 행장이 이번에 외부인사 중용 뜻을 밝힘에 따라 올해 인사도 안정보다 쇄신에 무게가 실린다. 국민은행은 20명의 임원 가운데 허 행장과 서남종 리스크관리그룹 전무를 제외한 18명의 임기가 올해 만료된다.

그간 은행은 금융권 내에서도 순혈주의가 깊이 뿌리박혀 있어 외부인사의 유입과 적응이 쉽지 않은 곳으로 꼽혔다. 정통 은행맨이 아니고서는 요직에 앉기도 어려웠다.

이같은 분위기는 은행권이 디지털금융을 전반에 내세우면서 반전됐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으로 디지털뱅킹 경쟁이 촉발됐고, 은행들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핀테크 등 디지털화에 속도를 내기 위해 외부 전문가를 긴급 수혈했다.

신한은행은 작년 6월 김철기 한국금융연수원 교수를 디지털그룹 빅데이터센터장으로, 삼성전자 출신의 AI 전문가인 장현기 박사를 디지털전략 본부장으로 선임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작년 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랩(DT Lab)을 신설해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연구소장 출신의 김정한 전무를 DT랩 총괄 부사장 겸 그룹 내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했다.

우리은행은 올해 6월 휴렛팩커드(HP) 출신의 황원철 전 하나금융투자 최고정보책임자(CIO)를 디지털금융그룹장(CDO)으로 스카우트했다.

이들이 은행의 디지털뱅킹 전환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면서 은행권 내부에서는 후한 평가가 이어진다. 향후 인사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외부에서 발탁된 인사는 낙하산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디지털뱅킹으로 은행 체질이 변하면서 외부인사, 특히 디지털 전문가들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며 "은행의 보수적인 문화와 경직된 체질을 외부 전문가 영입을 통해 유연하게 바꾸는 것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