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이익잉여금 급증, 10월 급락 불렀다"

입력 2018-11-22 07:41


늘어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의 이익잉여금이 한국 증시의 할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안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2일 "배당성향이 낮은 한국 기업의 높은 이익잉여금 비중은 장부가(book value) 할인 요인"이라며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는 일반 주주에게 재무상태표에 기록된 이익잉여금은 손에 쥘 수 없는 '그림의 떡'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의 금융위기 전인 2007년과 2017년 재무상태표를 비교해 보면, 자본총계에서 이익잉여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7년 55.3%에서 지난해 74.8%로 10년새 거의 20%포인트 상승했다는 것이다.

이것을 한국 증시의 주요 지지선 역할을 했던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붕괴의 배경으로 지목했다. PBR 1배는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자산의 가치와 시장가가 같다는 의미다. 2004년 이후 PBR 1배는 코스피 하락의 지지선 역할을 했다. 그러나 최근 급락장에서 코스피는 PBR 0.88까지 떨어졌다. PBR은 2011년 1.02배, 2016년 0.93배, 2018년 0.88배로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

안 연구원은 "시장에서 오랫동안 확고한 지지선으로 여겼던 PBR 1배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10년 전보다 훨씬 높아진 이익잉여금 비중을 바탕으로 평가된 지난달 PBR 0.88배는 충분히 납득 가능한 지지선"이라고 했다.

이어 "기업들의 주주환원정책이 적극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코스피의 새로운 PBR 지지선은 0.88배가 될 것"이라며 "이익잉여금 비중이 더 높아질수록 지지선은 더 낮게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