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경제, L자형 경기 둔화 시작됐다"…내부서 불거지는 비관론

입력 2018-11-21 17:45
런저핑 헝다그룹 경제연구원장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닮은 꼴
高강도 규제·통상전쟁 여파 탓

폭 넓은 경쟁체제 도입이 해법
세제 개혁 등 수요 촉진도 필요


[ 강동균 기자 ] 중국 경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L자형’ 경기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올 4분기와 내년 두 차례 바닥을 찍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21일 중국 경제전문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중국의 저명 경제학자인 런저핑(任澤平) 헝다그룹 경제연구원장은 베이징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이같이 진단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분기 6.7%(전년 동기 대비)에서 3분기 6.5%로 떨어졌다. 미국이 지난 7월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미 정부가 9월 추가로 2000억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매긴 만큼 4분기에는 6% 초반으로 성장률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2008년 하반기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으로 당시 중국 성장률은 3분기 9.0%에서 4분기 6.8%로 급락했고, 2009년 1분기에는 6.4%까지 추락했다.

런 원장은 “미·중 통상전쟁 여파로 중국 경제가 10년 전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L자형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 경제는 향후 두 차례 바닥을 찍을 것”이라며 “한 차례는 올 4분기, 나머지 한 차례는 내년 중 닥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런 원장은 또 “부채 감축 기조와 재정 축소, 공급 과잉 해소 등 정책 방향은 바람직하다”면서도 “강도 높은 개혁 드라이브에 건실한 기업도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중국의 경제 성장을 뒷받침해온 수출과 유동성 지표는 최근 역대 최저로 주저앉았다. 지난달 신규 수출 주문지수는 46.9로, 33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대기업(45.4), 중견기업(43.5), 중소기업(42.1) 모두 경기 위축을 뜻하는 50 이하에 머물렀다.

시중에 풀린 통화량을 보여주는 지표인 광의통화(M2) 증가율은 지난달 8%로, 20년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실물경제에 투입한 유동성의 총량인 사회융자 규모는 지난달 7288억위안에 그쳐 전달(2조1700억위안)의 3분의 1 규모로 쪼그라들었다. 신용경색이 우려되면서 돈이 돌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런 원장은 경기 부양을 위한 과감한 재정지출 확대를 주문했다. 그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라는 재정적자 상한 기준에서 벗어나 감세를 포함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럼에 참석한 쉬중(徐忠) 인민은행 연구국 국장도 “중국 경제의 하방 압력이 강해지면서 금융정책에 의한 경기 부양 효과가 줄어들고 있다”며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촉구했다. 그는 “부동산 규제와 지방정부 채무 억제 등의 정책이 실효를 보지 못해 중국 경제에 가해지는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