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佛 "르노·닛산 지원" 발표에도 갈등설 여전

입력 2018-11-21 17:35
수정 2019-02-19 00:01
주가 연일 급락세 보이자
양국 정부 공동성명 발표

르노 "곤 회장 CEO직 유지"
日측에 안 끌려가겠단 분석도


[ 김동욱 기자 ]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얼라이언스(르노·닛산·미쓰비시자동차 연합) 회장(사진)이 일본 검찰에 체포된 사건과 관련해 프랑스와 일본 정부가 르노·닛산의 전략적 동맹을 강력히 지지한다는 공동성명을 내놨다. 시장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한 조치지만 제휴 관계가 틀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여전히 나오고 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20일(현지시간)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과 공동명의로 발표한 성명을 통해 “프랑스와 일본 간 산업 협력의 가장 위대한 상징 중 하나인 르노와 닛산 동맹을 강력히 지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양국 정부가 공동성명을 내놓은 것은 르노와 닛산 주가가 연일 급락세를 보이고 있고 기업 신용도도 하락하는 등 시장 불안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곤 회장 공백을 메꾸기 위한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르노그룹은 이날 긴급 이사회를 연 뒤 곤 회장을 대신해 티에리 볼로레 르노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임시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르노 이사회는 곤 회장에 대해 “일시적으로 정상적 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르노그룹 회장직과 CEO직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르노가 곤 회장 직위를 유지한 것을 두고 일본 측에 일방적으로 끌려갈 수 없다는 프랑스 정부의 의사가 반영된 것이란 시각도 있다. 르노 이사회는 닛산 측에 곤 회장 비리와 관련한 내부 조사자료를 공유해 줄 것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일본 측에 불편한 심기도 내비쳤다.

한편 곤 회장이 일본 검찰에 체포되기 전에 르노와 닛산의 합병을 적극 추진했고 이에 반발한 닛산 관계자들이 곤 회장의 비리 정보를 도쿄지검에 제공했다는 보도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곤 회장이 일본 검찰에 체포되기 전 르노와 닛산의 합병을 계획 중이었다”며 “닛산 측이 이를 반대하며 합병을 막기 위한 길을 찾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지난 9월19일 요코하마 닛산자동차 본사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곤 회장이 ‘르노와의 자본 관계에 대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발언하는 등 르노와 닛산 경영통합에 나서려는 의중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또 “곤 회장이 파놓은 덫에 빠질 수 없다고 판단한 닛산 경영진이 통합구상에 격렬하게 저항했다”고 보도했다.

르노 지분 15.1%를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 정부는 자동차산업 육성을 위해 르노 주도로 르노·닛산 통합을 강하게 주문했다. 하지만 생산 규모가 르노(2017년 376만 대)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닛산자동차(581만 대)는 르노 주도로 양사가 합병하는 것에 반대해왔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