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억원 모집에 1조1900억원 몰려
발행금액 6000억원으로 늘릴 예정
자동차업황 악화 불구 ‘흥행’ 성공
≪이 기사는 11월21일(17:07)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온시스템이 국내 자동차업종에서 최초로 회사채 수요예측(사전 청약)에서 1조원이 넘는 매수주문을 받았다. 자동차 및 부품산업 업황이 악화된 상황 속에서도 차별화된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선방하고 있는 것이 투자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온시스템이 4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이날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벌인 수요예측에 총 1조1900억원의 ‘사자’ 수요가 몰렸다. 1000억원어치를 모집한 3년물에 5600억원, 2000억원어치를 발행 예정인 5년물에 5000억원이 들어왔다. 700억원, 300억원 규모로 발행 계획인 7년물과 10년물에도 각각 800억원, 500억원이 모였다. NH투자증권이 채권 발행실무를 맡았다.
수요예측 제도가 도입된 2012년 이후 자동차 관련 기업이 회사채 청약에서 1조원 이상의 수요를 확보하는 것은 이번이 최초다. 직전 최대기록은 한온시스템이 2016년 기록한 9200억원이다. 당시 2000억원어치 발행을 계획했던 이 회사는 풍부한 매수주문이 모이자 발행금액을 3000억원으로 늘렸었다.
자동차부품 업황이 휘청이는 가운데서도 우량기업이란 이미지를 견고하게 구축한 데 힘입어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한온시스템은 주요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적자전환하는 상황 속에서도 올 1~3분기 196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익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14.7% 줄어들긴 했지만 다른 업체들에 비교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매출은 2조9053억원으로 이 기간 2.9% 증가했다.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판매 부진 여파에서 자유롭진 못했지만 매출처를 다각화하며 충격을 완화하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매출의 27%는 국내에서, 나머지는 유럽(31%) 북미(16%) 중국(16%) 등 해외에서 거두고 있다. 부채비율도 꾸준히 100% 내외(9월 말 기준 116.7%)를 기록하며 양호한 재무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이같은 점을 반영해 이 회사의 신용등급은 10개 투자적격등급 중 세 번째로 높은 ‘AA’(안정적)로 매기고 있다.
한온시스템은 넉넉한 투자수요가 몰리자 채권 발행금액을 6000억원으로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캐나다 자동차부품업체 마그나인터내셔널의 유압제어사업 인수에 사용할 계획이다. 한온시스템이 이번 인수에 들이는 자금규모는 1조3813억원에 달한다. 이 회사는 금융권에서의 추가 차입과 내부 보유현금을 더해 내년 1분기 중으로 거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한온시스템은 글로벌 자동차 공조업계에서도 덴소에 이어 2위 자리를 지키면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전기차용 공조시스템도 제조하고 있어 전기차 대중화 속도가 빨라지더라도 별다른 타격이 없을 것이란 평가가 많아 주요 기관들이 경쟁적으로 채권 매입에 나섰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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