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반부패 개혁 두려워말라"…유치원·채용비리 특단대책 주문

입력 2018-11-20 17:45
3차 반부패정책협의회 주재

문재인 대통령 "국민 분노 크다"
공공부문 비리·갑질 척결 지시
"정부 대책 현장 모른다" 질타도

생활적폐 청산 통해 3.8조 추징


[ 손성태/박재원 기자 ]
청와대가 ‘생활적폐 청산’을 통해 탈세, 고액체납자 등에게서 3조8000억원의 세금을 추징하고, 채용비리 피해자 3000여 명에게는 재시험 기회를 부여해 240명이 일자리를 되찾는 성과를 올렸다고 20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3차 반부패 정책협의회를 주재하면서 “반부패를 위한 과감한 개혁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며 “법 개정 없이 할 수 있는 부분부터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이날 공개한 자료를 보면 국세청은 역외탈세, 민생침해사업자와 고액체납자 등의 변칙적 탈세에 대응해 10월 현재까지 총 3조8000억원의 탈루 세금을 추징했다. 또 공공기관 채용 비리를 적발해 강원랜드 및 7개 기관에서 240명을 다시 채용했다. 경찰청은 지난해 11월 이후 1237명의 채용비리 사범을 단속했고, 검찰도 강원랜드와 6개 시중은행 비위와 관련해 51명을 기소했다.

국무조정실은 7~9월 중 중앙행정기관, 공공기관 등에 대한 집중 감찰을 통해 특정인에게 하도급 몰아주기를 하거나 직원에 대한 사적 노무를 강요한 갑질 사례 30건을 적발하고 기관 통보 등의 조치를 취했다. 기획재정부도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점검을 통해 9월까지 총 3만2544건(296억원)을 적발해 전액 환수 결정하고, 174건을 수사 의뢰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사립유치원 비리 파동, 학사비리, 채용비리, 갑질문화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매우 크다”며 “국민 눈높이는 높아졌는데도 과거 관행이었다는 이유로 눈 감고 있었던 게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부문과 공적 영역, 재정보조금이 지원되는 분야의 부정부패부터 먼저 없애야 한다는 의지를 강하게 다져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정부는 이날 학사·유치원 비리와 공공기관 채용비리를 ‘출발선에서 불평등’을 낳는 대표적 생활적폐로 적시했다. 사립유치원의 정부 지원금 부정 사용 의혹,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의혹 등이 불거진 데 따른 것이다.

이 밖에 ‘우월적 지위남용’ 유형에서는 공공 분야의 불공정 갑질문화가 꼽혔다. ‘권력유착과 사익편취’ 유형에서는 △보조금 부정수급 △지역토착 비리 △편법·변칙 탈세 △요양병원 비리 △재개발·재건축 비리 △안전부패 분야 부패 등이 근절과제로 제시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각 부처에 “현장을 모르고 있다”거나 “접근 자체가 잘못됐다”는 질책과 함께 생활적폐 유형별 ‘깨알지침’도 내렸다. 학사비리에 대해선 “학교 내신에 대한 국민의 신뢰 없이는 공교육 정상화가 불가능하므로 비상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했고, 유치원 비리에 대해선 “폐원, 원아 모집 중단 등 당면 문제에 대한 대책을 세밀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요양원 비리에 대해선 “문제가 된 병원들이 ‘먹튀’를 하고 있다”며 “병원장 등에게 연대책임을 물어 병원이 문을 닫아도 반드시 환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재개발·재건축 비리와 관련해선 “시행사가 돈 되는 재건축 장소를 발굴해 주민대표 등을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비리가 발생한다”며 “현장의 원천적인 문제를 찾아 조치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손성태/박재원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