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무역전쟁 '키맨'은 강경파 라이트하이저"

입력 2018-11-20 17:34
수정 2018-12-20 00:30
FT "협상 과정서 막강한 영향력"
트럼프 정부 통상정책 진두지휘
日 '자발적 수출제한' 이끌기도

중국의 부상 막는데 초점
무역분쟁 장기간 지속 관측


[ 추가영 기자 ] 미·중 무역전쟁의 향방은 누구에게 달려 있을까. 중국을 줄기차게 압박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의중이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배후의 ‘실세’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사진)를 그런 인물로 꼽았다.

FT는 20일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이달 말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회담을 성사시킬 수도, 결렬시킬 수도 있는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며 “미·중 무역 협상의 열쇠를 쥐고 있는 키맨”이라고 분석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대중적 인지도는 높지 않지만 백악관 내 대표적인 강경파로 알려져 있다. 통상 정책과 법률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트럼프 행정부 내 자유무역주의자들을 압도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슈퍼 301조’를 끄집어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세계 각국에 철강·알루미늄 관세폭탄을 부과한 것도 라이트하이저 작품이다.

미국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트럼프 행정부가 마구잡이로 통상 정책을 펼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라이트하이저가 수년에 걸쳐 세운 계획을 따르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30대 중반이던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에서 USTR 부대표를 지냈다. 당시 그는 미국에 막대한 무역흑자를 내던 일본을 상대로 무역 협상에 나서 ‘자발적 수출 제한’ 조치를 이끌어냈다.

이런 경력이 미·중 무역전쟁의 목표를 이해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FT는 한 투자자를 인용해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중국을 1980년대 일본과 마찬가지로 미국에 실질적인 위협으로 본다”며 “그는 미국 경제에 가장 도움이 되는 협상보다는 중국의 부상을 막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지난달 라디오 인터뷰에서 “중국이 미국의 기술을 훔쳐가고 있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지만 말하지 않는 게 문제”라며 “미국이 기업들의 혁신을 보호하지 못하면 우위를 잃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백악관에 들어가기 전 스캐든 로펌 워싱턴사무소에서 중국 기업을 상대로 한 반덤핑 소송을 주로 맡았다. 이 과정에서 지식재산권 침해 등에 대한 라이트하이저 대표의 ‘시노포비아(중국 공포증)’가 형성됐다고 포린폴리시는 분석했다.

이 같은 라이트하이저 대표 성향을 감안할 때 무역전쟁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중국 전문가 데렉 시저는 “지난해 8월 미국이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을 때 최소 3년 이상의 장기 프로젝트라고 생각했다”며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이런 의견에 동의를 나타냈다”고 전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