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랄 전문가가 전하는 2조 달러 '할랄 시장' 성공 비결

입력 2018-11-19 17:48


(김채연 정치부 기자) “할랄을 이해하고 제품을 컨셉화하는게 중요합니다.”

말레이시아의 할랄 산업을 육성하는 정부 기관인 할랄산업개발공사(HDC)의 다토 세리 자밀 비딘 대표는 지난 15일 자신의 집무실에서 만난 기자에게 할랄 산업에서 성공 전략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비딘 대표는 “할랄 제품은 기본적으로 무슬림을 겨냥한 것”이라며 “그런데 비이슬람 국가의 기업들이 무슬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섣불리 시장에 진출했다가 실패하는 기업들이 상당수”라고 전했다.

말레이시아는 할랄 산업의 최강국이다. 1960년대부터 정부가 직접 할랄 시스템을 육성했다. 할랄 인증 마크를 부여하는 기관인 ‘자킴(JAKIM)’과 할랄 산업을 홍보하고 수출입 등을 관리하는 할랄개발공사(HDC) 두 개의 정부 기관이 있다. 할랄 인증을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국가는 전세계에서 말레이시아가 유일하다. ‘자킴’은 할랄 인증 분야에서 세계 최고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비딘 대표는 “할랄 인증을 받기 위해선 여러 프로세스가 있는데 많은 회사들이 어떤 재료를 써야하고 피해야 하는지 이런 절차를 잘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떤 기업이 판매하는 제품이 이미 할랄 제품일 수도 있다”며 “할랄 인증을 못 받아서 무슬림에게 팔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각 나라별로 강점을 가진 분야를 컨셉화해서 할랄화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호주, 미국은 고기, 브라질은 치킨 제품을 예로 들었다. 한국의 경우엔 “코스매틱과 농식품 분야에 강점이 있다”며 “한국 화장품이 인기가 많은데 할랄 제품은 없다”고 말했다.

할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에 대해선 “할랄을 종교가 아니라 산업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할랄 제품은 안전하고 깨끗하다는 증명을 한 번 더 거친 유기농 제품 같은 개념”이라며 “무슬림에게만 좋은 제품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할랄 산업에서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나라도 미국, 호주, 태국, 뉴질랜드, 브라질 등 비이슬람 국가”라고 덧붙였다.

비딘 대표는 할랄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엄청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전세계 무슬림이 현재 18억명인데, 무슬림이 필요로하는 할랄 제품 중 20% 정도만 공급되고 있다”며 “할랄 제품만 전문적으로 생산업체도 아직 없어 수요는 엄청나다”고 말했다. (끝) /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