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로스팅의 테슬라' 꿈꾸는 스트롱홀드

입력 2018-11-19 17:46
전기로 10분 만에 로스팅
美·中 등 20개국에 수출

우종욱 대표 "시애틀 로스팅 비법
한국서도 실시간 공유 가능"


[ 김보라 기자 ] 커피산업에서 로스팅은 예술의 영역이자 미지의 세계다. 로스팅은 산지에서 수확한 커피 생두를 불에 볶는 과정이다. 로스팅이 끝난 원두는 그 가격이 생두의 최소 10배에서 100배까지 오른다. 로스팅이 커피의 맛을 좌우하고, 부가가치를 일으키는 핵심이지만 아무나 접근하기 어려웠다. 매뉴얼이 없고, 뜨거운 불 옆에서 최소 10년 이상 수행해야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 커피전문점은 비싼 값을 지급하고 로스팅된 원두를 사다 썼다.

원두 로스팅을 ‘누구나 할 수 있는’ 영역으로 바꿔놓은 이가 있다. 우종욱 스트롱홀드테크놀로지 대표(37·사진)다. 스트롱홀드가 개발한 전기 로스터 기기는 기존 가스 설비 없이 전기만으로, 10분 안팎이면 원두 로스팅이 끝난다. 기기의 크기도 30~40% 이상 작다. 대류열 전도열 복사열 등을 특허받은 수직형 드럼에서 섬세하게 조절해 오차 범위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그는 “2010년 창업 당시 국내에서 원두 로스팅을 직접 하는 카페는 100여 곳이었지만 현재 8000여 곳에 달한다”며 “전문가는 최적의 로스팅 비법을 여러 번 반복할 수 있고, 초보자는 누구나 로스팅 카페를 열 수 있게 한 기기”라고 설명했다. 5성급 호텔과 세계 대회에서 우승한 로스터들이 이 기기를 찾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개인 창업자의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가스 설비와 수 천만원이 들던 로스팅 설비비용을 기존의 절반 이하로 설치할 수 있다.

스트롱홀드는 원두 로스팅 기기 제조사지만 최신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사물인터넷(IoT) 기업으로도 불린다. 스마트 로스팅 기기는 전문가가 수동으로 커피 생두를 볶으면 기기가 이 정보를 자동 저장한다. 다음에는 버튼 하나만 눌러도 똑같은 로스팅 결과가 나온다. 10분 안팎의 로스팅으로 40~50잔의 커피를 내릴 수 있다. 단순 엔지니어링이 아니라 안드로이드 기반 태블릿을 장착해 원격으로 조정할 수 있다. 제품 간 서버는 통신을 한다. 그는 “미국 시애틀 한 카페의 로스팅 정보를 전송하면 서울의 로스터가 이를 그대로 받아 적용할 수 있다”며 “버튼만 몇 번 누르면 정확히 같은 원두 로스팅 정보가 공유된다”고 말했다.

해외 시장에서도 스트롱홀드에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2012년 중국을 시작으로 미국 멕시코 영국 호주 우간다 등 세계 2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커피 시장이 급성장 중인 중국에서는 대량 납품 계약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2위 커피 프랜차이즈 그레이박스와 무인카페 등에 납품을 시작했고, 미국 4곳의 유통업체에도 공급한다. 스트롱홀드는 지난 9년간 벤처캐피털에서 14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올해만 80억원을 투자받았다. 3년 내 코스닥시장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도 추진하고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