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갑 "중견기업이 일자리 책임질 것"…이낙연 총리 "규제 대담하게 풀겠다"

입력 2018-11-19 17:40
제4회 중견기업인의 날

이낙연 총리 "삼익THK·셀트리온 등 중견기업에 경의"
해외시장 개척·기술 혁신…우수 기업인 32명 포상
구자겸 엔브이에이치코리아 회장 금탑산업훈장


[ 전설리/이우상 기자 ]
중견기업들이 내년 19만7000명 정도를 신규로 채용하기로 했다. 경기 불확실성 때문에 신규 채용 규모는 올해보다 줄어들지만 설비투자는 늘릴 계획이다.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은 1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4회 중견기업인의 날’ 행사에서 이 같은 투자·고용계획을 발표했다. 강 회장은 “미·중 무역분쟁과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급격한 노동환경 변화 등 대내외 환경이 악화하고 있지만 중견기업은 꾸준한 투자와 고용을 통해 혁신성장을 주도하고 건전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견기업의 내년 신규 채용 규모는 지난해(20만4000명)에 비해 3%, 고용을 가장 많이 늘린 2014년에 비해 27% 각각 감소한 수준이다. 중견기업들은 연구개발(R&D)과 설비 증설 등엔 31조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에 비해 6% 늘어난 규모다. R&D에 6조9000억원, 설비에 24조3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중국 성장정체 반면교사 삼아야”

강 회장은 이날 국내 경제 상황에 대해 장웨이잉 중국 베이징대 교수의 말을 인용해 “성장이 정체된 중국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구의 보편적 모델을 채용해 급속히 성장한 중국 경제가 2009년 이후 과도한 국가 개입, 방만한 국영기업들의 시장 왜곡 등으로 성장 정체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역사는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국가의 과도한 규제와 개입이 중견기업 성장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어 “대내외 경제환경이 좋지 않지만 중견기업이 혁신 성장과 좋은 일자리를 책임지겠다”며 “이를 위해 ‘경제의 허리’인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산업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행사에 참석한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와 관련, “신기술과 신산업을 가로막는 규제를 신속하고 대담하게 없애거나 낮추고 중소·중견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불합리한 제도는 과감히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또 성장을 통해 고용을 창출한 중견기업들을 거론하며 경의를 표하기도 했다. 1960년대 대구에서 작은 공구를 만들던 기업으로 출발해 첨단로봇기업으로 성장한 중견기업 삼익THK, 인천에서 2명의 직원으로 시작해 15년 만에 글로벌 제약회사로 도약한 셀트리온 등을 예로 들며 “중견기업의 도전과 성취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해외 개척·고용 창출 중견기업 포상

이날 행사에선 기술혁신과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경제 성장과 고용 창출에 기여한 중견기업인 32명이 포상을 받았다. 금탑산업훈장은 자동차부품 업체 엔브이에이치코리아의 구자겸 회장이 수상했다. 부품소재업체였던 엔브이에이치는 2004년 헤드라이너 완제품 업체인 인산기업과 합병, 모듈업체로 변신했다. 이후 지속적인 기술혁신을 통해 헤드라이너 생산 국내 1위 업체(시장점유율 47%)로 성장했다. 2000년 264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3740억원으로 늘었다. 연평균 매출증가율은 17%에 이르렀다. 직원 수도 2000년 200명에서 지난해 955명으로 증가했다. 김기현 엔브이에이치코리아 상무는 “엔브이에이치는 사내 연구소에서 개발한 소재 관련 기술을 관계사와 협력사 등에 이전하는 등 적극적으로 상생협력을 하고 있다”며 “최근 폭스바겐 등으로부터 수주해 현대·기아차에 집중된 매출처를 다양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포장은 김동연 동신툴피아 대표가 수상했다. 동신툴피아는 50여 개 중소기업이 생산한 국산 공구의 해외 수출 확대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았다. 대통령 표창은 해외시장 개척으로 절삭공구업체 와이지-원이 세계 1위에 오르는 데 기여한 신매정 와이지-원 부장과 김영진 한국특수형강 계장이 각각 받았다.

제우스, 혁신 사례 발표

이날 부대행사로 열린 ‘중견기업 영 최고경영자(CEO) 포럼’에선 차세대 중견기업 대표들이 혁신 사례를 발표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체인 제우스의 2세 경영인 이종우 대표는 미국 유학과 실리콘밸리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며 얻은 경험을 기반으로 R&D 혁신 전략을 도입, 기술 경쟁력을 키운 사례를 발표했다. 1970년 설립된 제우스는 반도체 부품 무역업으로 시작해 2001년 제조업체로 변신, R&D 혁신 전략을 통해 성장했다. 이 대표는 “연구소와 생산직 직원들이 자주 모여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시험삼아 실행하는 ‘작은 성공, 작은 실패(small success, small failure)’ 전략으로 차별화한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지선 신성이엔지 대표는 스마트공장 도입을 통한 혁신 사례 등을 발표했다.

전설리/이우상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