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애 인권위원장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복무 36개월 너무 길어"

입력 2018-11-19 16:58
수정 2018-11-19 17:02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면담
“대체복무 기간이 현역병 1.5배 넘지 말아야”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19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만나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 기간을 현재 국방부가 추진 중인 36개월보다 줄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 위원장과 정 장관은 이날 오후 2시30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약 40분간 면담했다. 이번 만남은 인권위에서 먼저 요청했다. 최 위원장은 앞서 지난 7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체복무제에 대한 입장을 드리고자 정경두 국방부 장관께 면담 요청을 했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정 장관에게 “대체복무 기간이 현역 복무기간의 1.5배를 넘지 않도록 설정하고, 복무 영역을 교정시설(교도소)에 한정하지 말고 다양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대체복무 심사기관의 공정성과 독립성이 보장되도록 제3의 기관에서 심사하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인권위 측은 면담 종료 후 “구체적인 개월 수를 말하진 않았지만 대체복무 기간과 관련해 제안한 건 맞다”고 전했다. 인권위는 그동안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 기간을 현역병의 1.5배인 27개월을 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달 ‘양심적 병역거부 대체복무제 도입 공청회’에서 복무 기간은 현역병(육군 병사 18개월 기준)의 2배인 36개월로 하고, 근무지는 교정기관이나 소방기관에서 선택해 합숙 형태로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안을 내놓았다. 정부의 현역병 군 복무 기간 단축 계획을 반영한 것이다. 2020년부터 육군·해병대는 18개월, 해군은 20개월, 공군은 22개월을 복무한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군인권센터·전쟁없는세상 등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일 성명을 통해 “대체복무 기간이 36개월로 확정되면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긴 대체복무 기간을 운용하게 된다”며 “유엔 등 국제기구와 한국 국가인권위원회는 ‘1.5배 이상의 대체복무 기간은 인권침해’라며 반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맞는지를 가려내는 심사기구를 국방부, 병무청 등 군 관련 부처 산하에 둘지 여부도 정해지지 않았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군 관련 부처에 심사기구를 설치할 경우 심사의 중립성이 확보될 수 없다”며 법무부 산하 또는 민간 독립기구 신설을 주장하고 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