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목의 선전狂 시대] 중국 내에 확산되는 '공기 없는 타이어'

입력 2018-11-19 16:38
공기 대신 특수 소재와 디자인으로 충격 흡수
유지·보수 인프라가 부족한 환경에 적합
신기술로 기존 타이어 산업 재편 시도도


지난해 중국의 공유자전거 업체 모바이크는 특이한 디자인의 자전거를 중국 내에 보급했습니다. 구멍이 하나만 나면 쓸모 없어지는 일반 타이어와 달리 젖가락만한 구멍이 촘촘히 뚤린 타이어였습니다. 중국 내에서 보급이 확대되고 있는 ‘에어리스 타이어(airless tire)’ 입니다.



타이어는 자전거부터 자동차까지 다양한 육상 교통 수단에 사용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타이어는 대부분 내부에 있는 튜브에 공기를 주입해 차량의 하중을 견디고 휠을 보호합니다. 공기는 울퉁불퉁한 노면의 충격을 흡수해 승차감을 높이는 역할도 합니다.

에어리스 타이어는 공기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 특수소재를 사용하고, 충격을 흡수하기 쉬운 디자인을 적용합니다. 무거운 무게를 견디면서 충격 흡수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소재로는 강도가 높으면서도 신축성이 있는 폴리우레탄, 트레드고무 등이 주로 사용됩니다. 디자인은 대부분 크고 작은 방울 모양의 구멍이 타이어 전체를 에워싸고 있습니다. 이같은 구멍은 타이어 무게를 줄여 연비를 높이는 한편, 소재와 함께 길바닥에서 운전자로 전해지는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합니다.

장점은 역시 타이어 관리를 위한 비용이 적다는 점입니다. 정기적으로 공기를 주입해줄 필요 자체가 없는데다 타이어가 펑크 나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습니다.

수명도 일반 타이어보다 깁니다. 일반 타이어에서 내부 공기와 바깥 공기의 온도차는 노후화의 주요 요인으로 꼽힙니다. 에어리스 타이어는 구멍을 통해 공기가 자유롭게 순환하는 구조이므로 이같은 문제가 근본적으로 없습니다. 좀 더 강도가 높은 소재를 사용하는만큼 마찰에도 강합니다. 중국 에어리스 타이어 업체들은 에어리스 타이어가 일반 제품보다 3배 정도 수명이 길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공기보다는 충격 흡수도가 낮다보니 승차감이 떨어집니다. 거친 노면을 주행할 때 타이어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흔들림도 더 큽니다.

타이어 표면에 있는 구멍에 이물질이 쉽게 낀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진흙 등이 끼어 그대로 말라 붙으면 충격 흡수 등 원래 역할에 지장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화물차 등 무거운 중량을 견디는 데에도 아직까지는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문제에도 중국 정부는 에어리스 타이어 보급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중국 내 10곳 안팎의 업체가 에어리스 타이어를 생산하고 있으며, 인터넷 등을 통해 쉽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관련 기술 자체는 미국과 일본 등이 앞서 있지만 에어리스 타이어가 가장 많이 보급된 국가로 중국이 꼽히는 이유입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유지·보수 문제입니다. 도시화가 많이 진행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중국 내에는 제대로 된 차량 정비소를 찾아보기 힘든 곳이 많습니다. 타이어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차량 때문에 발생하는 사고도 많습니다. 중국 교통부는 중국내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사고의 70%가 타이어 때문이라는 통계를 발표한 적 있습니다. 승차감을 어느 정도 희생하더라도 안전성이 높은 타이어의 보급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모바이크의 도입 사례에서 보듯 공유경제의 확산도 이유입니다. 공유 물품은 본인 소유의 물품보다 더 거칠게 다루기 마련입니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타이어가 손상을 입을 가능성도 더 높습니다. 에어리스 타이어의 확산은 여기에 따른 비용을 줄여줍니다.

새로운 기술로 기존 타이어업체들과의 기술적 격차를 단번에 좁히려는 시도도 읽힙니다. 에어리스 타이어는 재질과 디자인 등에서 일반 타이어와는 전혀 다른 분야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중국은 세계 최대 타이어 생산국이지만 세계 시장은 물론 중국 내에서도 한국타이어, 미쉐린 등 글로벌 업체들에 밀리고 있습니다. 발빠른 에어리스 타이어 상용화와 시장 확대는 중국 토종 기업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전망입니다.

선전=노경목 특파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