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100세 시대의 나눔

입력 2018-11-18 19:05
권대욱 < 휴넷 회장 totwkwon@hunet.co.kr >


인생사 100년을 따져 보자면 20년의 학업, 30년의 직장생활, 나머지 50년은 대책 없는 자영업을 하거나 백수로 살아가기 쉽다. 인생 이모작이라는데 이렇게 슬픈 이모작이 있을까. 우리네 세대는 정말 열심히 살았다. 부모를 공경하고 나라에 충성하며 일에 전념했다. 나라의 발전을 이끌었다는 자부심도 크다. 386세대도 같다. 선배들보다 진보적이고 탄탄한 교육을 받아왔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이 모든 열의와 자부심도 인생 이모작 앞에서는 쓸모없다.

공자께서는 50세는 지천명(知天命), 즉 ‘하늘의 뜻을 안다’고 했다. 100세 시대의 50세는 반환점도 돌지 않은 생생한 젊음의 나이다. 무엇이 두려워 도전하지 못한단 말인가? 현실적으로 지천명의 나이에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다. 해온 일을 더욱 가다듬거나, 아니면 전혀 다른 일을 새롭게 배우는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귀농, 소상공인 창업 등은 후자의 길이다.

아무래도 새로운 일보다는 해온 길을 가다듬는 것이 잘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다. 그러나 사회가 그렇게 놔두질 않는다. 아직도 한창 나이인데 우리가 머물 자리는 없다. 충분한 마인드와 역량이 있더라도 나이가 많다면 그걸로 끝이다.

미국에선 ‘긱 이코노미(Gig Economy)’ 현상이 트렌드다. 빠른 시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비정규 프리랜서 근로 형태가 확산되는 경제 현상을 말한다. 포브스에 따르면 2020년에는 직업의 43%가 긱 이코노미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다.

예전에는 해왔던 일을 더욱 효율적으로 잘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나 사회가 변하면서 새로운 일을 빠르게 습득하는 것이 중요해졌는데, 이런 일은 기존 직원이 모두 소화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외부 전문가의 적극적이고 일시적인 활용이 중요해지는 것이다. 딱 맞는 전문가를 딱 필요한 시간만큼만 수혈한다면 기업은 새로운 일을 빠르게 습득할 수 있다. 고용이나 고정 인건비 부담 없이 말이다.

긱 이코노미 플랫폼을 표방하며 새로 선보인 우리 회사의 ‘탤런트 뱅크’에 전문가로 함께해 보시라. 나이 제한 없이 내 경험과 역량만으로 도전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원가 추론 및 가격 결정, 자동차부품 해외 시장 조사, 경영관리시스템 구축, 스토리텔링 마케팅 자문, 재무건전성 검토 등 흥미진진한 프로젝트로 넘쳐난다. 나만의 경험으로, 내가 원하는 일을 선택해서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날 것이다. 나이라는 유리천장 없이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다. 최근 앰배서더호텔에서 함께 일했던 사장님 두 분을 호텔 전문가로 모셨고, 나 역시 국제건설계약 및 호텔개발 전문가로 곧 등록할 예정이다.

긱 이코노미, 공유경제의 시대적 트렌드가 우리에게도 한 줄기 빛이 될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