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남방 개척시대, 넓어지는 경제영토
김현철 신남방정책특위 위원장
저성장 대안으로 떠오른 신남방
한류 열풍에 기업하기 좋은 환경
정부, 늦었지만 지원 제대로 할 것
美·中·日 가로축 번영 50년 균열 조짐
북방·남방 잇는 '세로축 번영' 열어야
[ 박동휘/박재원 기자 ]
김현철 신남방정책특별위원장(대통령 경제보좌관·사진)은 지금까지의 대(對)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책에 대해 ‘잃어버린 8년’이라고 표현했다. 2010년을 기점으로 수많은 한국인 관광객이 다녀가고, 진출 기업 수만 약 8000개에 달하는 곳인데도 제대로 된 정부 지원은 없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남방정책에 ‘신(新)’을 붙인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늦은 만큼 제대로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문 대통령도 비상한 각오와 획기적인 발상으로 임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한 예로 ‘드림팀’ 전략을 꼽았다. 기업이 목표를 정하면 정부는 모든 역량을 끌어모아 ‘드림팀’을 구성해 지원하겠다는 얘기다.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13~18일) 참석 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신남방정책의 성공을 위해선 민·관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수”라고 말했다.
아세안은 비단 우리만의 목표는 아니다. 중국은 일대일로 전략의 일환으로 동남아와 유럽·아프리카를 연결하는 바닷길을 열려고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일본, 미국, 유럽 등 거의 전 세계가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그럼에도 “한국에 기회가 있다”고 자신했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후 전쟁 배상금을 활용해 대대적으로 아세안에 진출했다. 아세안 각국은 일본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커 경계하고 있다. 중국의 남진(南進)도 두려워한다. ‘돈’의 대가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중국이나 일본과 달리 한국의 투자에 대해서는 아세안 국가들이 거부감을 갖거나 지배당할 염려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4차 산업혁명 등의 발전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한국이 싱크탱크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을 정도라고 예를 들었다. 그는 “인도와 아세안에 한류 열풍이 불고 있는 지금이 현지 진출을 위한 최적의 시점”이라고 말했다. 아세안 5억 명, 인도 5억5000만 명 등 중산층만 10억 명을 넘고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아세안과 인도는 ‘블루오션’이라고 김 위원장은 확신했다.
김 위원장이 이끄는 신남방정책특위는 지난 8월 공식 출범했다. 청와대가 주도하고 관련 부처를 한데 모은 범정부 차원의 신남방정책 컨트롤타워다. 김 위원장은 “민간 자문 기구와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며 “기업의 신남방 진출을 화끈하게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기업이 타깃을 정하면 신남방정책특위와 장관이 나서고, 대통령도 정상들끼리 만나 톱다운 외교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밝힌 신남방정책의 핵심 원칙은 ‘3P(사람, 번영, 평화)’다. 김 위원장은 이 중에서도 ‘사람’을 첫째로 꼽았다. 그는 “한국형 풀브라이트 장학재단을 세워 아세안 각국 인재들이 한국에서 공부하고 돌아가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세안이 한반도 평화 실현의 중요한 고리를 쥐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아세안은 10개 회원국 모두 북한과 수교 관계를 맺고 있다. 김 위원장은 “아세안은 미국과 중국 어느 쪽에도 휘둘리지 않는 ‘제3세계 외교’의 발상지”라며 “아세안은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평화, 자율, 자존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의 지난 50년을 가능케 해준 미·중·일 중심의 가로축 번영에 중대한 변수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자국 우선주의 속에 통상압력을 가하고 있고, 일본과는 역사 문제가 얽혀 있다. 중국과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의 아픈 기억이 남아 있다. 김 위원장은 “가로축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와 함께 북방-한반도-남방을 잇는 세로축의 절실함이 크게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박동휘/박재원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