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열의 데스크 시각] 왜 스마트폰을 접어야 하나

입력 2018-11-18 17:03
김홍열 IT과학부장


[ 김홍열 기자 ]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14억7000만 대였다. 연간 기준 처음으로 1% 줄었다. 올 들어서도 3분기까지 출하량이 4% 감소했다. 세계 1위 삼성전자의 3분기 출하량은 13% 줄었다. 삼성은 그동안 반도체 부문이 부진할 때 휴대폰 부문이 이끌고, 휴대폰 부문이 부진하면 반도체가 수익을 이끄는 사업 포트폴리오였다. 지난 2년간 초호황이던 반도체 부문이 꺾이는 조짐을 보이자 이제 스마트폰 부문에서 돌파구가 기대되는 이유다.

폴더블폰 개발 경쟁 치열하지만

지난 7일 삼성은 신호탄으로 폴더블폰 디스플레이를 선보였다. 화면을 접었다 펼칠 수 있는 디스플레이다. 이렇다 할 혁신이 없어 소비자들의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졌고, 기술 평준화로 후발 주자들도 삼성과 비슷한 프리미엄급 기능을 장착한다. 오십보백보 수준의 카메라 성능 개선으론 소비자들이 감동하지 않는다. 점진적인 개선일 뿐 결정적 ‘한 방’이 없다 보니 폴더블 방식이 관심을 모은다. 기존 스마트폰처럼 주머니에 쏙 들어가면서도 두 배 큰 화면을 선사한다.

삼성을 필두로 내년부터 폴더블폰 경쟁이 뜨거울 전망이다. LG전자, 화웨이, 오포, 비보 등 대부분이 개발과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대를 열어젖힌 애플은 꿀 먹은 벙어리인 양하나 정중동이다. 화면은 물론 배터리까지 종이 두루마리처럼 돌돌 말고 펼칠 수 있는 롤러블폰 특허도 내놨다. BoA메릴린치의 한 애널리스트는 아시아 지역 내 애플 부품업체들과 접촉한 후 애플이 2020년께 폴더블폰을 출시할 것으로 관측했다.

관건은 누가 더 많은 사용자를 설득해 자신의 폴더블폰 제품으로 끌어들이느냐다. 빅뱅과 같은 사용자환경(UI)과 사용자경험(UX) 제공이 가장 큰 경쟁 분야이고 승부처다. 삼성도 폴더블폰 디스플레이를 공개하면서 UI 일부를 과감히 공개했다. 그만큼 강력한 시장 선점 의지를 드러내 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스티브 발머 전 최고경영자는 망신을 당했다. 애플이 휴대폰사업에 진출하면 시장 점유율을 조금도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고 장담했다가 말이다. 휴대폰을 만들어보지 않은 애플이었으니 그럴 만했다. 정작 2007년 첫 아이폰이 출시되자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전에 없던 외부 디자인, UI·UX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손가락 두 개를 대고 벌리거나 오므리면 화면이 확대되거나 축소되는 멀티터치 스크린, 화면을 아래위로 왼쪽과 오른쪽으로 미는 기능은 기존 휴대폰에서 생각도 못한 UI였다.

'아이폰 혁명' 다시 되돌아볼 만

당시 애플의 정중동은 기민하고 치밀했다. 초기 멀티터치 스크린 제품을 생산하던 기업 중 하나인 핑거웍스를 2005년 사들였다. 인수 사실은 1년 넘도록 알려지지 않았다. 애플은 이 회사 제품을 시장에서 즉시 거둬들였다. 아이폰 탄생의 주역 조너선 아이브 수석디자이너는 “이게 모든 것을 바꿀 것”이라고 예견했다.

애플은 폴더블폰 출시에 조급증을 내지 않는 듯한 태도다. 아이브는 무섭도록 조용하다. 아이폰을 준비할 때 그가 내세웠던 UI·UX 기본원칙이다. “디자인 초반 단계에서 디자인의 주요 지향점을 확립하고자 할 때 우리는 지각적인 측면을 토론한다. 제품의 스토리를 이야기할 때가 많다. 물리적 측면이 아니라 지각적 측면에서 제품을 어떻게 느끼게 하느냐는 점을 생각한다. 사용자가 이 제품을 쓰면서 어떤 감정을 경험할 것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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