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뷰티풀 데이즈'로 6년만에 스크린 복귀 배우 이나영
출연료 안받고 독립영화라 하니
사람들이 "왜 그러냐" 하더군요
윤재호 감독 다큐 보고 확신
대사없는 섬세한 감정연기 좋아해
[ 노규민 기자 ]
배우 이나영이 영화 ‘하울링’(2012) 이후 6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탈북 여성의 20여 년 세월, 14년 만에 아들과 만난 이야기를 담은 독립영화 ‘뷰티풀 데이즈’(감독 윤재호·오는 21일 개봉)를 통해서다.
이나영은 탈북 여성 ‘젠첸 엄마’의 10대부터 30대까지 굴곡진 삶을 밀도 높게 연기하며 공백이 무색할 만큼 존재감을 과시했다. 2015년 5월 톱스타 원빈과 결혼하고 그해 겨울 아들을 출산한 이후 처음으로 찍은 영화다. 공백이 길었던 데 대해 그는 “하고 싶은 작품을 관객들에게 자신 있게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복귀작으로 독립영화를 선택한 것은 의외였다. 출연료도 받지 않았다.
“주위 사람들도 ‘갑자기 왜 그러느냐’고 하더군요. 단편, 장편을 불문하고 독립영화를 좋아합니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좋았고 감독님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확신이 들었어요. 영화를 보셔서 아시겠지만 표현해야 할 부분, 공간이 굉장히 많아요. 그래서 안 받았습니다. 많은 배우들이 그렇게 하고 있고 대단한 일이 아닌데 알려져서 민망하죠.”
‘뷰티풀 데이즈’는 다른 영화에 비해 대사가 적고 롱테이크(1~2분 이상의 숏이 편집 없이 길게 이어지는 것)가 많다. 그만큼 감정 연기가 중요했다. 이나영은 “원래 대사 없는 감정 연기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는 “30대를 연기하기 전엔 젠첸 엄마의 삶을 기억하기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대본을 다시 읽었다”며 “그녀의 삶을 통해 드러나는 상황과 연기 톤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클로즈업 장면도 유난히 많다. 이나영은 “카메라가 깊게 들어오는 것도 좋아한다. 집중이 더 잘된다”고 했다. 그는 “맡은 배역이 ‘젠첸 엄마’일 뿐 이름이 없는데, 그것도 좋았다”며 웃었다. 하고 싶었던 작품을 선택한 데 대한 자신감도 보였다.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장르인 데다 캐릭터에 대한 욕심이 컸습니다. 아무도 모를 아쉬움이 제게만 있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걸 했고 작품이 잘 나와서 만족해요.”
남편 원빈도 2010년 개봉한 ‘아저씨’ 이후 작품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이나영은 “그러게 왜 (작품을) 안 해서 욕을 먹는지…”라며 웃었다.
“남편도 (공백이 긴 것이) 저와 비슷한 이유 같아요. 장르물 위주의 시나리오가 많은데 오히려 휴머니즘이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어요. 최근 한국영화는 여러 시도를 하고 있고 다양한 소재의 작품이 많이 나오고 있으니까 조금 더 기다리면 원빈 씨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뷰티풀 데이즈’는 가족을 소재로 한 영화다. 이나영은 가족의 의미에 대해 “거창하지 않다. 밥상에 둘러앉아서 된장찌개를 먹는, 그런 게 가족인 것 같다”고 말했다. “‘뷰티풀 데이즈’는 희망적인 작품입니다. 된장찌개에 밥 한 그릇 드시고, 이런 날씨에 보면 딱 좋은 영화예요.”
노규민 한경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