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상화폐 채굴 열풍 수혜
올 3분기 매출 예상치 밑돌아
4분기도 먹구름…주가 16%↓
[ 김현석 기자 ] 가상화폐 열기가 식으면서 반도체업체에도 역풍이 불고 있다. 가상화폐 최대 수혜기업으로 꼽히던 미국 엔비디아의 주가가 폭락했다. 실망스러운 실적 전망 때문이다.
세계 1위 그래픽칩 생산업체인 엔비디아는 3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20.7% 증가한 31억8000만달러(약 3조59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1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인 32억4000만달러에 조금 모자라는 수준이다. 문제는 4분기 매출이었다. 4분기 전망은 27억달러로 시장 예상치 34억달러에 크게 못 미쳤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가상화폐 열풍으로 실적이 급증했다. 채굴 효율을 높이기 위해선 성능이 좋은 그래픽카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지난해 매출은 1분기 19억4000만달러에서 2분기 22억3000만달러, 3분기 26억4000만달러, 4분기 29억1000만달러로 수직 상승했다.
하지만 올 들어 상황이 급반전했다. 가상화폐 거래와 채굴이 급감하자 유통 단계에서 그래픽칩 재고가 급증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가상화폐 붐이 가라앉은 것이 단기적으로 실적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이 주목하던 데이터센터 칩 매출도 3분기 7억9200만달러로 예상치 8억2100만달러에 미달했다. 엔비디아는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 알파벳의 구글클라우드 등에 칩을 공급한다.
3분기 순이익은 12억3000만달러(주당 1.97달러)로 전년 동기 8억3800만달러(주당 1.33달러)보다 48.1%나 개선됐다. 하지만 매출 전망이 예상에 못 미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이날 실적 발표 후 시간외거래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16.87% 하락한 168.25달러로 마감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4일 작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6000달러대 이하로 떨어졌으며, 이날 5500달러대에 머물렀다. 이는 연중 최저치 수준이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