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묶인 8만명 소액주주 '울상'
주식거래 한 달 이상 못 할 듯
[ 강영연/나수지 기자 ]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거래정지 첫날인 15일, 시장은 비교적 차분하게 반응했다. 하지만 관련 종목이나 금융상품 투자자들의 걱정은 커지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직접 보유한 투자자뿐 아니라 주식형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자들에게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절차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 거래가 중단되면서 8만 명이 넘는 소액주주는 돈이 묶이게 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이들의 주식 보유 비중은 21.52%, 평가금액(14일 종가 기준)만 4조7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신용거래로 주식을 매입한 주주들은 이자만 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신용잔액은 발행주식의 0.25%로 크지 않지만 ‘돈줄’이 묶인 소액 투자자에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소 3~4주 이상 거래가 정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거래소가 정치적 부담을 의식해 과거 한화, 한국항공우주(KAI)와 달리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정한 뒤 최종 판단을 기업심사위원회에 넘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거래소가 다음주 초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해도 최종 결론은 12월 중순께나 나올 전망이다. 기업심사위원회는 실질심사 대상이 된 뒤 20거래일 안에 소집된다. 대우조선해양과 달리 1년 이상 거래가 정지되진 않아도 자료 준비와 위원회 일정을 감안하면 한 달 이상 정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거래정지로 직격탄을 맞았다. 삼성물산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2500원(2.37%) 내린 10만3000원에 마감했다. 장중 9만9400원까지 내리며 1년 내 최저가를 경신했다. 이번 조치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재무제표를 수정해야 하는데 이때 모회사인 삼성물산 재무제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에 대한 감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일정이 진행될 때마다 삼성물산 주가가 크게 출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담은 주식형펀드나 ETF 투자자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주식시장에서 사고팔 수 없지만 이들 상품은 여전히 거래할 수 있어서다. ETF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거래정지 기간 순자산가치와 시장가격 간 차이를 의미하는 괴리율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순자산가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14일 종가를 기준으로 산정되지만, 시장가에는 시장참여자들이 예상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거래 재개 후 가격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다만 바이오업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셀트리온은 이날 1만500원(5.05%) 오른 21만8500원에 마감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8.31%), 신라젠(2.75%), 셀트리온제약(2.73%) 등이 상승 마감했다.
강영연/나수지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