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내가 이런 데서 일할 줄 몰랐어요" 멍청하단 말 들은 콜센터 직원

입력 2018-11-15 13:10


"스펙도 없고 잘하는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고

그나마 받아준 곳...콜센터.

감정노동자"

입사 1주일만에 고객으로부터 "멍청하다"는 말을 듣고 상사에게도 인정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운 신입사원이 있다.

고민 게시판에 "다른 동기들은 다 잘하는 것 같은데 나만 뒤쳐진 것 같아 자괴감이 느껴진다"고 말한 A씨의 속사정은 어떤 것일까.

A씨는 1주일 전 콜센터에 입사했다.

그는 "고등학생 때 내가 콜센터에서 일하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면서 "솔직히 내 성격과는 전혀 맞지 않은 일이다"라고 말했다.

성격이 내성적인 탓에 억지로 돈 벌려고 일을 하고 있다는 것.

A씨는 "입사 일주일도 안돼 고객에게 '멍청하다'는 소리를 들었다"면서 "입장 바꿔 생각해봐도 빨리 해결하려고 콜센터 전화한건데 상담원이 답답하면 짜증날 것 같다. 충분히 이해된다"고 전했다.

그런데 A씨가 가장 속상한 건 자기를 뺀 다른 직원들은 다 잘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콜센터 업무 특성상 오는 전화 많이 받아 인입률 높이면서 신속 정확하게 처리해야 지표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 빨리 처리해서 다른 대기 전화받는 것이 능력과 비례하는 것.

그런데 A씨와 상담한 고객들은 "알려준 거 왜 또 물어보냐", "어처구니없는 것 물어본다"며 짜증을 내기 일쑤다.

A씨는 "고객이 짜증 내서 속상한 게 아니라 내가 왜 이렇게 멍청할까 싶어 집에만 가면 눈물이 난다"고 하소연했다.

A씨 말에 따르면 관리자가 면전에서 대놓고 지적은 안한다. 하지만 A씨 자리 옆을 지나갈 때면 '아 한숨 나온다"하며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쉰다.

A씨는 "조회 시간에 대놓고 혼내진 않지만 내게 문제가 있다는 건 알고 있다"면서 "이제 와서 포기하고 싶지 않다. 포기하더라도 한 달은 다녀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사연에 네티즌들은 "안 맞는 일을 할 필요는 없다. 콜센터 극한직업이다. 그러다 마음의 병 난다", "저도 콜센터 다니는데 칼출근 칼퇴근에 야근수당 택시비 특근수당 다 나오는 등 근로기준법 잘 지켜져서 좋다", "스펙도 없고 잘하는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다고 실토하는 사람들 특징이 실제로 일 시켜보면 속 터진다. 의욕이 없는 것이 문제다", "회사는 본인을 배려해 주는 장소가 아니다. 그렇게 한 달이 두 달 되고 일 년 삼 년 된다. 그때 돼서 신입을 보게 되면 모든 신입들은 이 과정을 거치는구나 생각될 듯", "글쓴이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일을 못하는 게 아니라 자존감이 너무 낮은 상태인 것 같다. 본인에 대한 자신감을 더 가져라"등의 조언을 전했다.

홍석환 HR전략 컨설팅 대표는 "신뢰는 쌓기가 어려우며 깨지는 것은 일 순간이다. 신입사원이라면 잘하려는 의욕과 신중한 태도로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익숙하지 않더라도 최선을 다하다 보면 진심이 통할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홍 대표는 "사람이란 본래 자기 말에 귀 기울여주고, 가치를 인정해주고, 의견을 물어주는 사람을 좋아한다"면서 "평소 시간이 될 때 주변 직원들과 대화하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상사도 자주 찾아가라. 상사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자주 찾아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는 직원이다. 혼자 고민만 하지 말고 이런 어려움이 있는데 잘 해내고 싶다고 의논한다면 신뢰를 쌓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