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규 < 세종문화회관 사장 ceo@sejongpac.or.kr >
나는 20년 동안 문화예술계에 경험과 지식을 나눔으로써 나만의 사회공헌 활동을 해왔다. 스스로 돌아볼 때 예술계에 많은 도움을 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예술이 나를 도왔음을 깨달았다.
1998년 예술단체의 임금 설계와 관련한 연구를 수행하면서 처음 문화예술단체를 접했다. 2004년 7월 회계법인을 설립하면서 본격적으로 문화예술 관련 일을 시작했다. 이후 내게 주어진 시간의 대부분을 문화예술 관련 강의와 조언, 비상근 이사와 감사, 컨설팅, 저술활동 등에 사용했다. 그러다 보니 공연회계사로서의 본 업무에는 소홀했다. 인적 서비스로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공인회계사가 대부분의 시간을 무료 혹은 실비 수준으로 문화예술계에 보탬이 되는 것에 사용했다. 회계법인과 개인의 수익성이 떨어진 것은 당연했다.
그래도 열악한 환경에 놓인 문화예술단체들을 외면할 수 없어 내 길을 오롯이 갔다. 어느새 뒤를 돌아봤을 때 회계법인의 규모는 엄청나게 커져 있었다. 그사이 회계법인의 조직문화도 달려졌음을 알게 됐다. 이게 바로 예술의 힘이었다.
회계법인에서 자체 연수 과정의 일환으로 공연을 관람하거나 문화예술과 관련해 강의를 듣도록 했다. 직원들의 야유회는 소극장을 빌려 공연 관람으로 대신했고, 거래처 접대 역시 문화예술 콘텐츠를 활용했다. 요즘은 이런 활동을 문화경영이라고 한다. 나는 특정 효과를 누릴 목적으로 문화경영을 의도적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는 큰 도움을 받은 셈이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문화경영은 이미 활발하고, 그 사례도 자주 접한다. 문화경영이 기업에 당장의 이익을 가져다주진 않겠지만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한두 번의 공연 관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므로 쉽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중소기업도 문화경영에 참여해야 한다. 이를 통해 조직문화가 달라지면 우수한 인재가 들어올 가능성이 커지고 직원들의 이직률도 떨어지게 된다.
직원들의 창의력은 곧 기업의 재산이다. 외지에 공장이 있다면 직원들의 문화생활은 더욱 절실해진다. 회의 전 직원들과 함께 기타 연주를 10분 정도 들어보는 건 어떨까? 회의의 질이 달라질 것이다. 문화경영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기획해 접근하는 것도 좋지만 작은 것 하나부터 바로 실행하다 보면 어느 순간 조직이 달라져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