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사법농단 의혹' 임종헌 前 법원행정처장 기소
윗선 수사 본격화
檢, 직권남용 등 30개 혐의
임종헌 "재판에 개입할 권한 없어…직권남용 성립하기 어렵다"
대법관·대법원장도 공범 적시
소환 후 연내 추가 기소 전망
[ 고윤상/신연수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사진)이 14일 재판에 넘겨졌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팀의 첫 기소 대상자다.
임 전 차장을 재판에 넘기면서 검찰은 박병대 전 대법관 소환조사를 시작으로 ‘윗선’ 수사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소환 조사도 이르면 이달 이뤄질 전망이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 첫 기소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임 전 차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임 전 차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공무상비밀누설, 위계공무집행방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이다. 개별 범죄 혐의만 30여 개에 달한다.
임 전 차장이 받는 혐의의 핵심은 직권남용죄다. 그는 일제 강제징용 사건에서 외교부의 의견서를 미리 건네받아 감수해주고 재판 선고 지연 검토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처분 소송에서도 고용노동부의 소송서류를 사실상 대필해줬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메르스 사태 당시 국가 배상책임 검토 △‘박근혜 가면’ 유통·판매자 형사처벌 검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 검토 등 청와대 관련 업무에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을 동원해 직권을 남용했다는 혐의도 포함된다. 관련 문건들의 내용이 행정처의 업무 범위인지는 법정에서 치열하게 다툴 전망이다. 행정처 차장은 법적으로 재판 지원 업무를 할 뿐 재판에 개입할 직무상 권한은 없기 때문에 직권 남용은 성립하기 어렵다는 게 임 전 차장 측 반박이다.
대법원장·대법관 추가 기소 전망
검찰은 오는 19일 임 전 차장의 윗선인 박병대 전 대법관을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다음 소환 대상은 고영한 전 대법관이다. 두 전 대법관이 각종 재판 개입 의혹에 연루됐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양 전 대법원장 소환조사는 두 전 대법관 소환조사가 끝나는 대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검찰이 임 전 차장 공소장에 양 전 대법원장과 전 대법관들을 공범으로 적시한 만큼 이들의 추가 기소는 기정사실화됐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두 전직 대법관을 소환조사해 구속영장 청구로 압박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검찰 내부 관계자는 “임 전 차장의 혐의 중 상당수가 두 전 대법관과 연관돼 있는 만큼 영장 청구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설명했다. 기각되더라도 법원이 여론의 지탄을 받는 만큼 손해볼 게 없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소환조사가 끝나면 올해 안에 추가 기소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날 기소된 임 전 차장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 중 한 곳에서 맡는다. 윗선에 대한 검찰의 추가 기소 후에는 관련 사건을 모두 병합해 심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윤상/신연수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