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국 정상에게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개최를 제안했다. 내년 한-아세안 대화 수립 30주년을 계기로 아세안 정상들을 우리나라 초대해 ‘신(新)남방정책’을 가속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문 대통령은 1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해 “아세안 정상들과 함께 한-아세안의 새로운 30년, 대한민국의 새로운 100년을 시작하고 싶다”며 이같이 밝혔다. 우리 정부는 미국과 중국 등에 의존하던 기존 경제 패러다임을 아세안 지역으로 확대·전환하기 위해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한 핵심축으로 신남방 지역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를 위해 내년까지 아세안 지역 10개국을 모두 방문해 정상 외교를 펼치겠다는 각오다. 문 대통령은 “아세안과 함께 번영하겠다는 한국의 강력한 의지표명”이라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2019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를 개최하고자 한다”며 “한-아세안의 관계가 한 차원 더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한류 등으로 인해 아세안 국가에서 우리나라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데다 이들 국가에서 한반도 평화에 대한 지지를 보내고 있는 만큼 성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번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우리 정부가 2022년까지 ODA(공적개발원조)를 두배로 늘리겠다는 뜻을 문 대통령이 밝힌 것”이라며 “내년 12월께 한국에서 특별정상회의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남북 관계 진전에 따라 특별정상회의에 북한을 초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문 대통령은 또한 14일 오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문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간 정상회담은 이번이 네 번째로, 지난 6월 이후 5개월 만이다. 이번 한러 정상회담에서는 특히 최근 북미 고위급 회담이 연기되는 등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 협상이 소강국면에 빠졌다는 우려가 나오는 만큼, 협상을 다시 가속하기 위한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러시아가 그동안 비핵화 협상에서 대북제재 완화의 필요성을 언급해왔다는 점에서 이날 회담장에서도 제재 문제가 테이블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비핵화 문제 외에도 신북방정책을 통한 양국의 협력 강화에 대해서도 의논할 전망이다.
싱가포르=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