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판매 감소 우려 가시화
3D센서 공급 루멘텀 주가 33%↓
韓·日·대만 납품社도 줄줄이 급락
[ 김현석/김동욱 기자 ] 애플의 주가 급락 충격이 뉴욕과 아시아 증시로 밀어닥쳤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 포화로 올해 4분기부터 아이폰 판매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관측되면서 애플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 대만 등의 애플 납품업체 주가가 동반 급락했다. 모바일 D램 등의 수요가 감소할 것이란 우려에 반도체주도 약세를 보였다.
애플 주가는 1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10.3달러(5.04%) 급락한 194.17달러로 마감했다. 아이폰에 안면인식용 3차원(3D) 센서를 납품하는 루멘텀이 이날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최대 고객사 중 하나가 이번 분기 주문량을 대폭 줄였다”고 밝힌 영향이 컸다. 아이폰 수요 감소 우려가 시장을 강타했다. 애플은 지난 분기 루멘텀 매출의 30%가량을 차지했다.
루멘텀은 이번 분기 매출 전망치를 종전 4억500만~4억3000만달러에서 3억3500만~3억5500만달러로 7000만달러가량 줄였다. 웰스파고는 애플의 주문량이 최대 30% 정도 축소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저가형 모델인 아이폰XR에 LCD(액정표시장치)를 공급하는 일본디스플레이 역시 스마트폰 수요 약화를 언급하면서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달 초 애플이 아이폰 조립업체인 대만 폭스콘과 페가트론에 아이폰XR의 추가 생산 계획을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애플은 지난 1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신흥시장에서의 수요 둔화와 달러 강세를 언급하면서 4분기 매출 부진을 예고했다. 또 “앞으로 실적 발표 때 아이폰 등의 제품 판매량을 밝히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월스트리트 금융회사들은 아이폰 판매량 비공개 방침은 향후 판매 감소를 예고한 것으로 해석했다.
JP모간은 이날 “애플의 올해와 내년 스마트폰 출하량이 작년보다 감소할 것”이라며 이달 들어서만 두 번째로 목표주가를 낮췄다. 아이폰 매출의 46%를 차지하는 중국, 러시아, 인도 등 신흥국 경기 침체와 달러 강세로 아이폰 판매가 줄어들 것이란 이유에서다.
씨티그룹은 아이폰 수요 둔화를 이유로 반도체주에 대해서도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아이폰 등 스마트폰에는 수십여 개 반도체가 들어간다. 씨티그룹은 아이폰에 스위치와 모듈레이터 등 각종 반도체를 공급하는 스카이웍스솔루션의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낮췄고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의 목표주가도 10% 끌어내렸다.
이날 루멘텀의 주가는 나스닥에서 33%나 급락했다. 시러스로직, 코르보, 스카이웍스솔루션도 13.86%, 6.38%, 4.98% 각각 내렸다. AMD는 9.5%, 엔비디아는 7.8% 떨어졌다. 이 때문에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4.44% 하락했다.
아시아 증시도 애플 납품사들의 주가 폭락으로 파랗게 질렸다. 재팬디스플레이의 주가는 13일 도쿄증시에서 9% 넘게 떨어졌다. 애플 공급업체인 무라타전기와 TDK, 다이요유덴, 알프스전기 등도 급락세를 나타냈다. 한국 증시에서 LG이노텍은 장중 한때 9%가량 떨어지다 52주 최저가로 거래를 마쳤다. 대만 증시에서도 폭스콘과 페가트론, 비주얼포토닉스 등이 일제히 급락했다.
뉴욕=김현석/도쿄=김동욱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