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北 미사일 기지 폐기 약속 없었다"…美 "싱가포르 약속 지켜야"

입력 2018-11-13 17:44
CSIS 공개 '北 비밀 미사일 기지' 논란 확산

'비밀기지' 신속 해명나선 靑
삿갓몰 기지, 韓·美서 이미 파악
北이 기만했다는 건 부적절

보고서 나온지 하루 만에…볼턴 "美·北 2차회담 준비 끝나"

대북압박 강화하는 美
미공개 미사일 기지 운영이 美·北 합의 위배 여부는 답 안해
전문가 "핵협상 장기화 가능성"


[ 이미아/김채연 기자 ]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미·북 핵협상에 또 다른 ‘돌발변수’가 등장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12일(현지시간) “북한이 미신고한(undeclared) 미사일 기지 약 20곳 중 13곳의 정보를 확인했다”고 밝힌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CSIS 보고서를 전하면서 “북한이 거대한 기만전술(great deception)을 펼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북한이 기만했다’는 건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靑 “北 미사일 기지가 협상 필요성 부각”

13일 군 당국에 따르면 CSIS의 보고서에 나온 황해도 황주군 ‘삭간몰(Sakkanmol)’은 정확한 명칭이 ‘삿갓몰’이다. 삿갓처럼 생긴 바위가 있어 이렇게 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3월과 7월 비행거리 500~600㎞의 스커드와 노동 계열 단거리 미사일이 이곳에서 발사됐다.

청와대는 이날 CSIS 보고서와 관련해 “한·미 정보 당국이 이미 파악하고 있던 내용”이라며 “북한이 이 미사일 기지를 폐기하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고, 해당 기지를 폐기하는 게 의무인 어떤 협정도 맺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런 미사일 기지가 있다는 것 자체가 협상을 조기에 성사시켜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며 “북·미 협상과 대화의 필요성을 부각하는 사실관계”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북한이 침묵하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나서 북한의 입장을 두둔하는 듯한 모양새란 지적에 “‘미신고’ ‘속임수’와 같은 내용이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협상 성사를 저해할 수 있어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볼턴 “2차 북·미 정상회담 준비돼”

CSIS 보고서가 미·북 간 협상 재개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2차 정상회담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한 볼턴 보좌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지도자 김정은과 두 번째 정상회담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CSIS 보고서가 나온 지 하루 만이다.

미 국무부는 12일(현지시간) CSIS 보고서에 대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한 약속을 지켜나간다면 북한에 훨씬 밝은 미래가 놓일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은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한 약속은 완전한 비핵화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제거를 포함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북한의 미공개 미사일 기지 가동이 싱가포르 회담 정신에 위배되는지에 대해선 확답하지 않았다.

전문가들 “미·북 간 구체적 약속 없어”

전문가들은 이번 CSIS 보고서 관련 파문이 커진 이유로 “미국과 북한 사이에 아직도 아무런 구체적 약속이 없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과 미국이 서로 어떤 약속을 했는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상호 이해 내용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며 “협상을 통해 북·미 간 합의안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그러나 “단거리 미사일 기지여서 신고 의무가 없다”는 청와대 논리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의 스커드 계열 단거리 미사일은 결국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가 사정권인데 이를 간과한 듯하다”며 “북한과 협상하면서 안보 관련 분야를 좀 더 꼼꼼하게 파고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4박5일 일정으로 13일 미국 출장을 떠났다. 조 장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만나 북한 비핵화를 위해선 남북한 관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과 남북 교류 확대를 위한 대북제재 완화를 설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아/김채연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