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산업 100년, 기로에 서다
부산 완제품 업체-부품·소재기업
공급사슬 체계적으로 갖추고
특수화 브랜드 키우는게 바람직
[ 김기만 기자 ]
“글로벌 브랜드를 육성하자는 주장은 감상적인 얘기에 그칠 수 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하지 못하는 니치마켓(틈새시장)부터 차근차근 공략해야 한다.”
서영순 경성대 국제무역통상학과 교수(사진)는 “뉴발란스나 컨버스 같은 브랜드는 역사가 100년이 넘었다”며 “남들이 인정해주지 않는 브랜드를 만들어서는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브랜드 육성은 지속적인 투자와 노력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국내 브랜드를 육성하려는 노력은 계속 있었지만 글로벌 브랜드가 모두 들어와 있는 과잉공급 상태”라며 “생산 물량이 적은 국내 브랜드에 의존해서는 부산의 신발 부분품·소재 업체들이 생존하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그는 배드민턴화와 레슬링화 등 특수화 브랜드 시장부터 공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 교수는 “글로벌 브랜드가 손대지 않는 니치마켓이 분명 존재한다”며 “부산에 남아 있는 완제품 제조업체와 부분품·소재 업체가 공급 사슬을 체계적으로 갖추면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태광실업과 창신아이엔씨 등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가 세계 시장에서 선전하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나이키 같은 글로벌 브랜드가 성장하면 글로벌 OEM 제조업체들도 함께 매출이 늘어난다”며 “이들과 함께 진출하는 신발 부분품·소재 업체도 혜택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신발산업을 지원하는 정부에 대해서도 ‘족집게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무분별한 지원은 장기적으로 희망이 없다”며 “틈새시장에서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특수화·기능화 브랜드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1996년부터 14년간 아디다스 한국지사 연구개발(R&D) 센터에서 연구소장으로 일했다. 이후 마사이워킹화로 알려진 스위스마사이 대표 등으로 일하며 30여 년간 신발업계에 몸담아온 신발 전문가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