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로에 선 비핵화 협상…세계와 보조 맞출 기회다

입력 2018-11-12 17:57
북한과 미국 간 비핵화 협상이 중대 분기점을 맞고 있다. 미·북 고위급회담이 무산된 이후 양측 간에 오가는 말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그제 언론 기고문에서 “전례없는 외교·경제 압박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군사 옵션을 통한 정권교체도 다시 거론되는 분위기다.

북한도 예전의 ‘벼랑 끝 전술’을 연상시킬 만큼 강경 모드다. 외무성과 선전매체 등이 번갈아가며 ‘경제·핵 병진 노선’으로의 복귀 가능성을 흘리고 나섰다. 한국 정부에는 막말 세례를 쏟아내고 있다. “미국에 맹종하고 코꿰인 송아지마냥 끌려다니고 있다”는 말까지 했다. ‘냉면 목구멍’ 발언 이후 커진 한국 내의 반감에 아랑곳하지 않는 협박조다.

그래도 우리 정부의 대응은 그대로다. 송이버섯 선물에 대한 답례라며 제주 감귤 200t을 군수송기로 북측에 실어 보냈다. 교착국면을 타개해보겠다는 포석일 것이다. 문제는 상황이 급변했다는 점이다. 어중간한 중재는 문제를 풀기보다 더 꼬이게 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중간선거 이후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확실히 비핵화를 매듭짓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무역전쟁으로 극한 대치 중인 중국조차 “제재에 동조한다”는 입장을 확인해야 할 정도다.

미국뿐 아니다. 유럽 일본 등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많은 나라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북핵 폐기에 한목소리다. 기계적 중립의 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다. 비핵화 없는 ‘연내 종전선언’과 ‘김정은 답방’에만 매달리는 태도로는 ‘북한하고만 보조를 맞춘다’는 일각의 의구심을 더 키울 것이다. “제재가 북한을 변화시키는 핵심”이라는 국제사회의 판단과 노력에 힘을 보태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