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산업 100년, 기로에 서다
[ 김기만 기자 ] “운동화 하나를 만드는 데 부분품이 많게는 100여 개 들어간다. 신발 제조업은 섬유, 정보통신 등 연관산업과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뿌리 산업이다.”
문창섭 한국신발산업협회장(삼덕통상 회장·사진)은 “신발 제조공장은 베트남 등 해외로 빠져나간 경우가 많지만 핵심 인력과 제조 기술은 여전히 국내에 남아 있다”며 “신발산업 메카인 부산을 중심으로 신발 완성품 제조사와 원부자재 업체들이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업체들이 싼 인건비를 찾아 해외 공장을 옮겨 다니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연구개발(R&D) 및 마케팅 기능, 완제품 생산시설 일부를 국내에 두는 ‘메이드 인 코리아’의 장점을 활용해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회장은 국내 신발 제조업이 사양길에 접어든 1997년 신발 제조업자개발생산(ODM) 기업 삼덕통상을 창업했다. 부산의 신발제조 기술력을 활용한 스케이트보드화 등을 수출하며 부산의 대표적인 신발 제조사로 떠올랐다. 지금도 국내외 10여 개 브랜드 신발업체와 ODM 사업을 하고 있다.
삼덕통상은 2005년 개성공단에 입주해 국내 신발산업의 부활 가능성을 보여준 회사로 평가받는다. 문 회장은 “2016년 개성공단이 폐쇄되기 전까지 부산에 있는 원부자재업체 150여 곳에서 납품을 받아 개성공단에서 완제품을 생산했다”며 “개성공단의 노동력과 부산 신발산업의 기술력이 시너지 효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성공단이 완성품 제조설비를 재가동하면 가까운 부산에서 원자재와 부분품을 실어나를 수 있다”며 “부산 지역 협력업체의 고용이 개성공단보다 더 많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물류 배송에 1주일 이상 걸리는 베트남 공장보다 지리적인 강점도 컸다.
삼덕통상은 개성공단 폐쇄 이후 베트남으로 생산기지를 옮겨 신발을 제작하고 있다. 물류비 부담이 크지만 원자재와 부분품 상당수는 여전히 부산에서 조달한다. 문 회장은 “개성공단이 재개되면 부산에 있는 협력업체들과 함께 다시 진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