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그룹 줄세운 인기가요 샌드위치
대기시간 허기달래는 사진 SNS서 인기
팬들 수요 높자 편의점 3사 관련 상품 출시
지난 7월 GS리테일에서 근무하는 유영준 MD(상품기획자)는 우연히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사진 한 장을 봤다. SBS 방송 '인기가요' 녹화를 준비하던 아이돌 그룹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샌드위치를 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방탄소년단(BTS), 트와이스(TWICE), 블랙핑크(BLACKPINK), B1A4 등 유명 아이돌그룹이었다. 이들이 들고 있던 것은 10대 소녀들 사이에서 이미 '인기가요 샌드위치'로 불리며 유명한 제품이었다.
이 인기가요 샌드위치는 SBS '인기가요' 녹화 장소인 등촌동 공개홀 매점에서 판매하는 빵이다. 장시간 녹화를 하는 방송 특성 상 출연진들이 허기를 달래기 위해 주로 구매했고, 대기하는 동안 이를 자신들의 SNS에 올리면서 팬들 사이에서 유명해졌다. 딸기 잼을 기본으로 계란 샐러드, 양배추 샐러드가 포함돼 있는 등 레시피(조리법)는 간단했다.
문제는 이 매점이 출연자 전용이었기 때문에 팬들은 맛 볼 수 없었다. 아이돌그룹 세븐틴은 팬들 사이에서 인기가요 샌드위치의 맛을 궁금해하는 수요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역조공(주로 선물을 받는 입장이었던 연예인이 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선물하는 행위를 뜻하는 신조어)'을 한 것이 화제가 됐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며 아이돌들은 경쟁적으로 이 샌드위치를 팬들에게 역조공했다.
유 MD는 곧 바로 상품 개발에 착수했다. 보통 신상품의 경우 기획부터 출시까지 3개월의 시간이 걸리지만, 이슈가 지속되는 기간 동안 출시해야 한다는 생각에 단기간에 상품을 개발했다. 유 MD는 "등촌동 공개홀에 직접 찾아가 이 샌드위치에 대한 팬들의 반응을 보고 확신을 얻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초 출시된 GS25의 '아이돌인기샌드위치'는 두 달 만에 500만개가 팔려나가며 편의점 매출 지형을 완전히 바꿔놨다. 모든 먹거리 상품을 통틀어 매출액 1위에 올랐다. 샌드위치는 그동안 편의점에서 매출액 기준 1위를 한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수량을 기준으로도 상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 적이 없었다.
이 기간 동안 아이돌인기샌드위치보다 판매수량이 많은 상품은 카페25 아메리카노, 유어스아이스컵, 유어스맑은샘물(2L), 참이슬후레쉬(360ML), 유어스맑은샘물(500ML), 빙그레바나나우유, 박카스F가 전부다. 아이돌인기샌드위치보다 판매 수량이 많은 상품들은 모두 가격이 1000원대로, 매출액 기준으로는 2200원에 판매하는이 샌드위치가 전체 상품 중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아이돌인기샌드위치가 불티나게 팔리면서 지난 9월부터 현재까지 샌드위치 전체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6.4% 증가했다. 아이돌인기샌드위치는 기존 GS25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샌드위치 상품보다 7배나 판매량이 많다.
유 MD는 "인근 학교에서 주문이 수 백 개씩 밀려들어오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주로 1020대 여성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경쟁사인 CU와 세븐일레븐에서도 각각 '이건가요샌드위치'와 '인가샌드위치'를 내놨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