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건강이야기] 건망증이 심해졌다면

입력 2018-11-11 17:38
강재헌 < 인제대 의대 서울백병원·가정의학과 교수 >


67세 여성이 작년부터 건망증이 심해져 치매 초기가 아닐까 걱정이 많다. 휴대폰을 어디엔가 두고 찾지 못해 온 집안을 헤매기도 하고, 외출해서 우산을 두고 오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어떨 때는 지인에게 전화를 걸려다가 이름이 기억이 안 나 당황하기도 한다.

건망증은 다른 문제는 없이 기억력에만 문제가 있다. 기억된 사실을 끄집어내는 데 다소 어려움이 있어도 힌트를 주거나 도움을 주면 기억을 살려낼 수 있다는 점에서 치매와는 차이가 난다. 건망증의 원인은 많은 이들이 걱정하는 치매 이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잠을 충분히 못 자거나 숙면을 하지 못하면 기억력이 저하될 수 있다. 일부 우울증약이나 소화성궤양약도 일시적으로 기억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따라서 약을 새로 처방받거나 변경한 후 기억력이 갑자기 떨어진다면 의사와 상의해 약물 관련성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잦은 음주나 폭음도 기억력 감퇴의 원인이 되므로 기억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면 음주 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여러 가지 일을 병행하면서 과로를 하거나, 스트레스 상황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거나, 우울감이 지속되는 상황이 반복되면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일시적으로 기억력이 저하될 수도 있다. 갑상샘저하증이나 우울증도 이차적으로 기억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이처럼 건망증이 심해졌다고 해서 지나치게 치매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건망증은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유발될 수 있고, 이들 원인을 스스로 다 확인하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건망증이 심하거나 갑자기 나타난다면 병·의원을 찾아 원인 질환에 대한 진찰과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건망증을 개선하고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하는 것이 좋을까?

첫째, 신문이나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메모하는 습관을 지니는 것이 도움이 된다. 둘째, 과로를 하거나 여러 가지 일을 병행해 스트레스가 많다면 업무량을 줄이고 푹 자면서 휴식시간을 늘리는 것이 좋다. 셋째, 규칙적인 식사를 하면서 생선, 살코기, 두부, 계란 등 단백질과 여러 가지 채소 및 과일 그리고 우유 등으로 다양한 영양소를 고르게 섭취하고 적정 체중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넷째, 주 3회 이상, 1회 30분 이상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금연과 절주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