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국내 1호 관광호텔 온양관광호텔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대명종합건설

입력 2018-11-11 16:29


≪이 기사는 11월11일(16:27)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국내 1호 관광호텔 온양관광호텔이 매각(M&A) 재수 끝에 대명종합건설(대명종건)을 새 주인으로 맞았다. 중견 건설사인 대명종건은 최근 풍림산업 인수를 마무리지은데 이어 온양관광호텔까지 인수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섰다.

◆매각 재수 끝...대명종건 새 주인으로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온양관광호텔 매각주관사 삼정KPMG회계법인은 대명종합건설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매각가는 263억원으로 온양관광호텔의 청산가치 수준이다. 매각·인수 양측은 추가 협상을 통해 매각조건을 확정 지은 뒤 채무변제 계획을 담은 회생계획안을 작성할 계획이다. 회생계획안은 12월 중 열릴 관계인집회에서 표결에 붙여진다. 회생기업 M&A에선 관계인집회에서 회생 담보권자의 75%, 회생 채권자의 66.7%의 동의를 받아야 인수가 최종 마무리된다.

대명종건은 1992년 설립된 건설 및 부동산 임대업체다. ‘대명리조트’로 유명한 대명그룹과는 관계가 없는 회사다. 대명종건은 그 동안 주택사업을 주력으로 했다. 아파트 브랜드 ‘루첸’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몇 년간의 부동산 시장 호황에 힘입어 대명종건은 빠른 성장세를 이어왔다. 2015년 매출액 751억원, 영업이익 129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지난해엔 매출액 1987억원, 영업이익 364억원을 기록했다.

급격히 외형을 키워온 대명종건은 지난해부터 M&A를 통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해왔다. 지난해 매물로 나온 대우조선해양건설 인수전에 나섰지만 인수 성공까지 이르진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 7월 SM그룹, 제일건설, 대명레저산업 등 경쟁자를 따돌리고 회생절차가 진행 중이던 풍림산업을 565억원에 인수했다. 이번 온양관광호텔 인수로 대명종건은 풍림산업이 소유한 평창 아이원리조트에 이어 올해만 관광숙박시설 두 곳을 인수하게 됐다.

지난 4월 회생절차를 신청한 온양관광호텔은 지난 7월 1차 매각이 무산되 매각주관사가 교체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관건은 가격차였다. 매각 측은 청산가치인 263억원 이상의 금액을 고수했지만 원매자들은 200억원 초반대를 제안했다. 회생기업 M&A에서 인수대금은 ‘청산가치보장의 원칙’에 따라 최소한 청산가치가 보장돼야 한다. 결국 당초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던 동아건설산업과 한림건설이 본입찰에 모두 참여하지 않으면서 매각은 무산됐다. 두 번째로 이뤄진 이번 매각에도 복수의 응찰자가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장항선 복선전철화 등 인프라 개선 '기대'
온양관광호텔은 1932년 온천으로 유명한 충남 아산시 온양에 세워진 대한민국 1호 관광호텔 신정관이 전신이다. 6·25전쟁 직후인 1953년 당시 교통부는 전쟁통에 불탄 신정관 자리에 온양철도호텔을 세웠다. 이 호텔이 1967년 민영화되면서 온양관광호텔로 이름을 바꿨다. 해외여행이 흔치 않았던 1970~1980년대 신혼여행지로 인기를 끌며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해외여행이 대중화되고 개별 욕실을 갖춘 아파트 보급이 늘어나면서 온양을 찾는 관광객은 점차 줄었다. 결국 1995년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2001년 법원 경매에서 대아건설(현 경남기업)이 낙찰받아 새 주인이 됐다. 경남기업이 지난해 SM그룹에 인수되면서 온양관광호텔도 SM그룹의 손에 들어왔다.

하지만 온양관광호텔은 지난해 매출 60억원에 당기순손실 270억원을 기록하면서 올해 4월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5억5000만원에 불과한 온양관광호텔은 총 부채가 514억원에 달했다. 호텔 자체 채무가 아니라 경남기업에 대한 보증 채무가 대부분이다. 모회사인 경남기업은 회생절차를 통해 채무 조정이 이뤄졌지만 자회사인 온양관광호텔에 대한 채무는 그대로 남았던 것이 화근이 된 것. 이에 SM그룹 측은 부실 자산 정리 차원에서 온양관광호텔 매각에 나섰다.

호텔의 가치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매각 측에 따르면 온양관광호텔의 자산 감정가격은 토지와 건물을 합쳐 430억원 수준이다. 2022년 완료 예정인 장한선 복선전철화 사업이 마무리되면 유동인구 증가 및 그로인한 부동산 가치 상승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장항선 복선전철화가 완료되면 군산, 익산, 내포 등 충남·전북권 주요 도시에서의 소요시간이 30~40% 가량 줄어든다. 온양관광호텔은 수도권 지하철 1호선 종점인 신창역에 인접해 있어 수도권과 충남권을 잇는 교통 요충지로서의 역할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아산 온양 온천의 지하수 수위가 매년 낮아지는 등 온천자원이 고갈되고 있다는 점은 호텔 영업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소다. 호텔 내에 과거 조선시대 왕실 휴양지의 흔적인 유적이 있어 개발이 자유롭지 못한 점은 ‘양날의 검’이란 평가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침체돼있던 온양 관광 경기가 얼마나 활성화되는지가 경영 정상화의 관건이 될 것”이라며 “철도여행객이 늘고 있어 온양온천이 고속전철 및 수도권 전철과의 연계성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할 것인지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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