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차한성(64) 전 대법관을 지난 7일 소환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차 전 대법관을 불러 조사했다고 9일 밝혔다. 차 전 대법관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사법농단 의혹 수사가 시작된 이래 전직 대법관이 피의자로 검찰 조사를 받기는 차 전 대법관이 처음이다.
검찰 관계자는 "차 전 대법관은 주요 수사 대상자"라며 "추가 조사가 필요한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차 전 대법관은 2011년 10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양승태 사법부 첫 법원행정처장을 지내면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지연시키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징용소송을 청와대 뜻대로 처리해주는 대가로 법관 해외 파견지 확대를 얻어내려 한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이다.
검찰은 차 전 대법관이 2013년 12월1일 서울 삼청동 대통령 비서실장 공관에서 열린 회동에 참석해 김기춘 전 비서실장,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 등과 소송 지연을 논의한 사실을 확인했다.
차 전 대법관은 대일 관계를 감안해 재판을 지연시킨 다음 전원합의체에 넘겨 일본 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기존 판결을 뒤집어달라는 청와대의 요청을 접수해 양 전 대법원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차 전 대법관이 당시 공관회동에서 "국외송달을 핑계로 심리불속행 기간을 넘길 수 있다"며 구체적인 지연 방안을 제시한 정황도 나왔다.
검찰은 같은 해 9월 작성된 법원행정처 내부문건에 이 같은 전략이 이미 등장했고, 10월에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주철기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소송 방향을 논의한 점으로 미뤄 법원행정처가 조직적으로 '재판거래'를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직 법원행정처장 소환 조사가 시작됨에 따라 차 전 대법관의 후임인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도 조만간 검찰에 출석할 전망이다.
양 전 대법원장 소환 역시 이르면 이달 안에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 전 대법관은 ▲ 징용소송과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 특허소송 개입 ▲ 헌법재판소 평의내용 등 기밀 유출 ▲ 서울남부지법의 위헌심판제청 취소 압박 ▲ 비자금 3억5천만원 조성 등 의혹에 연루돼 있다.
고 전 대법관은 부산 법조비리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같은 각종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의 상당 부분을 양 전 대법원장이 사전에 보고받았거나 직접 지시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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