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車 공공부문 퇴출…'클린디젤' 혜택도 폐지

입력 2018-11-08 17:49
정부, 미세먼지 대책
경유차가 미세먼지 주범?
1000만 경유차 운전자 뿔났다

미세먼지 발생 비중 11% 불과
"정부 정책 탓에 생계 위협"
車·정유업계도 매출 타격 우려


[ 심은지//도병욱/박상익 기자 ] 저공해 경유차 구매를 적극적으로 유도했던 ‘클린디젤(엔진에 오염물질 배출 저감장치를 장착한 경유차)’ 정책이 10년 만에 폐기된다.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2030년까지 공공부문에서 경유차를 퇴출하고 각종 인센티브도 없앤다. 정부 인증을 믿고 경유차를 구매한 운전자와 연구개발(R&D)에 투자한 자동차 제조사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정부는 8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비상·상시 미세먼지 관리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으로 친환경 자동차의 대명사로 꼽히던 클린디젤 정책은 공식적으로 폐기됐다. 정부는 2030년까지 공공부문의 경유차 이용을 ‘제로(0)화’하기로 했다. 저공해 경유차 인정 기준도 삭제한다. 기존에 클린디젤로 인정받은 경유차 95만 대는 주차료·혼잡 통행료 감면 등 혜택이 이르면 내년부터 사라진다.

‘2030년까지 경유차 퇴출’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수도권 미세먼지 요인 중 경유차가 가장 높은 비율(29%)을 차지한다”며 “경유차 규제는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말했다. 경유차 운전자들은 “정부가 미세먼지의 책임을 과도하게 경유차에만 돌리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8일 발표한 ‘비상·상시 미세먼지 관리 강화대책’의 핵심은 경유차 규제다. 2030년까지 공공부문 경유차를 ‘제로(0)화’하고 장기적으로 민간부문 경유차도 시장에서 퇴출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경유차와 미세먼지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전국 기준으로 경유차의 미세먼지 발생 비중은 공장 등 사업장(41%), 건설기계(17%), 발전소(14%)에 이어 네 번째인 11%에 불과하다. 독일에선 경유차가 2001년 646만 대에서 2016년 1453만 대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는데 미세먼지 배출량은 20년 전보다 65% 줄었다.

경유차 운전자들은 “정부가 경유차를 미세먼지 발생의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특히 소형 트럭 등을 운행하는 소상공인들은 “정부 정책 탓에 생계가 위협받는다”고 하소연했다. 경유차 운전자는 운행도 제한받는다.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때 배출가스 5등급인 경유차의 수도권 운행이 제한되는 게 대표적인 예다. 내년 2월부터는 이를 의무화하는 법적 근거까지 마련돼 각 지방자치단체 판단에 따라 경유차 운행 금지가 대폭 확대된다.

국내 경유차는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급격하게 늘었다. 당시 경유 승용차 판매가 허용됐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클린디젤’ 정책으로 경유차의 생산 확대를 장려했다. 2015년엔 경유 택시에 유가보조금까지 줬다. 경유차는 작년 말 기준 전체 차량의 42.5%인 957만 대에 달한다.

자동차업계는 이번 대책으로 매출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업체 가운데 경유차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쌍용자동차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경유차 모델이 많은 독일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정유업계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내 경유 수요가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수출 물량과 휘발유 생산 비중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책에서 정부는 봄철(3~6월)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중지 대상을 조정했다. 종전엔 지은 지 30년 넘은 노후 발전소인 삼천포 1, 2호기를 가동 중지했는데 내년부터는 단위배출량이 이들의 세 배인 삼천포 5, 6호기를 멈추기로 했다.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도 강화한다. 내년 2월부터 차량 2부제 등 조치가 민간 차량에도 의무 적용된다.

심은지/도병욱/박상익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