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고 쌍둥이 자퇴서 제출 논란 … 학부모들 "자퇴 받아주면 학교도 공범"

입력 2018-11-08 16:32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구속…“풀이과정까지 통째로 유출 의심”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구속에도 불구 '혐의 완강 부인'




시험문제·정답 유출 혐의를 받는 숙명여자고등학교 전 교무부장 A씨(53ㆍ구속)의 딸들이 학교를 자퇴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8일 서울시교육청과 숙명여고 학부모 등에 따르면 A씨 쌍둥이 딸은 지난 1일 학교에 자퇴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교육청은 수사결과에 따라 쌍둥이를 징계해야 할 경우가 생길 수 있으니 자퇴서 처리에 신중하라는 취지로 숙명여고에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 모임인 숙명여고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이날 성명을 내고 "쌍둥이 자매 자퇴는 괴물이 되는 길"이라고 밝혔다.

비대위는 "증거만 없으면 죄가 아니라며 아무런 움직임도 없던 숙명여고와 쌍둥이가 교무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쌍둥이 엄마는 학교에 쌍둥이들의 자퇴서를 제출했고 학교는 그것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비대위는 "쌍둥이 엄마는 스트레스로 인해 더 이상 학업을 계속할 수 없어 자퇴를 한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학교가 의지만 있다면 교무부장과 공범들의 징계, 쌍둥이 점수 0점 처리, 성적 재산정, 쌍둥이 퇴학 처분은 당장 오늘이라도 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비대위는 학교의 내부 고발자 색출에 대해 "학교는 단 한 번이라도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고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후속작업을 해야 한다"면서 "지금은 ‘비리정보를 제보했는지’ ‘회의 내용을 유출했는지’ 항목이 적힌 확인서를 받으며 내부고발자 색출에만 혈안이 돼 있다"고 비판했다.

숙명여고 한 학부모는 "학교가 쌍둥이 자매의 자퇴서를 받는다는 것은 성적표와 생활기록부를 그대로 인정해주고 나가게 해주는 것"이라며 "퇴학시키지 않고 자퇴 받아주면 학교도 공범"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원은 6일 증거인멸 우려 등의 이유로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이자 쌍둥이 자매의 아버지인 A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그날 밤 구속됐다. A씨는 "공부를 열심히 했을 뿐이다. 억울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이 있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올해 2학년 1학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닷새 전, 평소에는 하지 않던 야근을 하면서 금고가 설치된 교무실을 지켰으며 집에 있던 컴퓨터도 수사 착수 후 교체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A씨가 이원목적분류표를 통째로 유출했고 그 결과, 쌍둥이 자녀 중 이과인 동생이 화학 시험에서 풀이 과정을 정확히 서술하고서도 답은 출제 과정에 잘못 기재한 오답을 적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방송된 MBC ‘PD수첩’에 따르면 2학년 1학기 화학시험 서술형 1번 문제가 의혹의 발단이었다. 문제는 (가)와 (나)에 포함된 수소 원자 수 비율을 구하는 문제다. 이 문제의 최초 정답은 ‘10:11’이었다.

한 숙명여고 재학생은 "시험 끝나고 가채점을 하는데 저는 ‘15:11’이라고 썼는데 갑자기 답이 ‘10:11’이라고 하더라. 집에 가서 세 번을 검토해도 답이 ‘15:11’이 나와서 공부 잘하는 애들끼리는 이거 답이 잘못 나왔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정답에 오류가 있었다. 이 문제의 실제 답은 15:11이었다.

쌍둥이 동생은 서술과정을 다 정확히 쓰고도 잘못된 정답을 쓴 유일한 학생이었다.

경찰은 출제교사가 정답을 정정하기 전 올려놓은 오답을 그대로 적는 오류가 1학년 2학기부터 2학년 1학기까지 9차례 반복된 점으로 미뤄 지난해에도 유출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경찰은 쌍둥이의 휴대전화에 메모된 영어 서술형 정답 등 18가지 증거를 정황으로 제시했지만 현씨는 물론 쌍둥이 자매도 "모두 정황 뿐이며 끼워맞추기 수사다"라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A씨 구속 이후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은 성명서를 통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는 소속 회원 A씨의 내신범죄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