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어·스페인어까지 알아듣는 '빅스비'…AI 스피커 '갤럭시홈'도 첫 선

입력 2018-11-08 00:43
인공지능 '빅스비' 생태계 확장
기존 3개 언어서 5개 언어 추가

하만의 AKG 스피커 적용
8대의 마이크로 음성 인식
아마존·구글 '양강체제'에 도전


[ 안정락 기자 ]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서비스 ‘빅스비’를 외부 개발자들에게 개방해 글로벌 AI 플랫폼으로 키우겠다고 발표했다. 빅스비를 이용할 수 있는 언어도 기존 3개(한국어, 미국 영어, 중국어)에다 5개(영국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를 추가해 총 8개로 늘린다.

삼성전자는 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삼성개발자콘퍼런스(SDC) 2018’에서 스마트폰, 가전기기, AI 스피커 등에 적용할 ‘뉴 빅스비’를 소개했다. 뉴 빅스비는 사용자가 음성명령을 내리면 문맥을 이해해 반응하고,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예컨대 사용자가 “오늘 날씨 알려줘”라고 말하면 현재 지역의 오늘 날씨 정보를 알려준다. 이후 사용자가 “내일은?” 또는 “주말은?”이라고 물으면 ‘날씨’를 언급하지 않았더라도 자연스럽게 맥락을 이해해 내일이나 주말 날씨를 알려준다. 평소 사용자 습관을 이해해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각종 식당이나 공연 예매 등도 편리하게 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빅스비의 사용성을 확대하기 위해 외부 개발자용 등의 통합개발도구인 ‘빅스비 개발자 스튜디오’를 곧 출시한다. 개발자들은 이곳에서 소프트웨어개발도구(SDK) 등을 활용해 음성으로 작동하는 AI 앱(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행사장에 빅스비와 연동해 쓸 수 있는 AI 스피커 ‘갤럭시홈’(사진)도 전시했다. 갤럭시홈은 높이 20㎝ 정도의 검은색 항아리 모양 제품이다. 윗부분이 좁고 아래가 넓은 몸통 아래 다리가 세 개 달렸다.

갤럭시홈은 고품질 사운드와 우아한 디자인이 강점이다. 삼성전자가 인수한 오디오 업체 하만의 AKG 스피커를 적용해 아마존의 ‘에코’, 구글의 ‘구글홈’과 차별화했다.

갤럭시홈은 6개의 내장 스피커와 함께 바닥에 장착한 우퍼 스피커를 통해 여러 방향으로 입체음향을 내보낸다. 마이크가 8대 장착돼 있어 먼 거리에서도 음성을 잘 인식하는 게 장점이라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홈 이용자를 위해 유럽 최대 음원 스트리밍(실시간 전송) 업체인 스포티파이와도 손잡았다. 애플, 아마존, 구글 등 AI 스피커 선두주자들이 자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는 것과 비교된다.

다니엘 에크 스포티파이 최고경영자(CEO)는 “갤럭시홈 개발 초기 단계부터 삼성전자와 협업했다”며 “음악이 재생되는 모든 삼성 기기에 스포티파이 서비스가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AI 스피커 시장은 아마존과 구글이 양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세계 AI 스피커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238% 증가한 2090만 대에 달했다. 아마존이 760만 대, 구글은 550만 대를 출하해 전체 시장의 62.7%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의 추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스마트폰부터 냉장고, TV 등 빅스비가 적용되는 다양한 자사 기기를 고려하면 AI 스피커 시장에서 삼성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질 수 있다.

미국 IT 전문매체 시넷은 “삼성 갤럭시홈은 고음질에 초점을 맞춘 제품”이라며 “아마존 에코가 제공하지 못하는 고성능 음질을 갖춰 오디오 애호가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샌프란시스코=안정락 특파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