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중에 잡힌 '뇌물수수 교육감'의 8년 도피

입력 2018-11-07 18:24
골프장 인허가 3억 수수 혐의
檢, 인천 연수구 식당서 검거
친인척 등 도피 도움 받은 듯


[ 임동률 기자 ] 전북의 한 골프장 인허가·확장 과정에서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던 최규호 전 전북교육감(71·사진)이 잠적한 지 8년 만에 인천에서 붙잡혔다.

전주지방검찰청은 지난 6일 오후 인천 연수구 한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던 최 전 교육감을 검거해 교도소에 수감했다고 7일 밝혔다. 최 전 교육감은 2010년 9월 김제 스파힐스 골프장 관계자에게 “인근 고등학교 부지를 매입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청탁을 받고 3억원가량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당시 최 전 교육감에게 금품을 전달한 전주대 최모 교수와 전북대 백모 교수 2명을 체포하고, “골프장에서 돈을 받아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수사가 시작되자 최 전 교육감은 그해 9월12일 검찰에 자진출두하겠다고 알렸지만 당일 잠적했다. 뒤늦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검찰은 도주한 최 전 교육감 검거 작전에 나섰으나 붙잡지 못했다.

검찰은 전주와 김제, 서울 등 최 전 교육감의 연고지를 중심으로 행적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가족을 상대로 자수를 권유했지만 최 전 교육감의 종적은 시간이 갈수록 묘연해졌다. 병원 치료기록, 신용카드 이용 내용, 휴대폰 사용 이력 등 생활반응 수사도 허사였다.

잠적 기간이 길어지면서 “중국으로 밀항했다” “부산에 숨었다”는 등의 억측이 퍼졌다. 친동생인 최규성 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이 사건 당시 김제시의 현역 국회의원이어서 “검찰이 일부러 안 잡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퍼졌다. 지난 4월에는 최 전 교육감의 장례식이 전주의 한 장례식장에서 치러졌다는 낭설이 퍼지기도 했다.

최 전 교육감은 체포 당시 인천 연수구 동춘동의 24평대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제3자 명의 ‘대포폰’(차명 휴대폰)을 쓰고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최 전 교육감이 인천에 상당 기간 머물면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다”며 “돈이나 거처를 제공한 인물이 다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해서도 광범위하게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수의를 입은 채 7일 전주지검에 모습을 드러낸 최 전 교육감은 기자들에게 “검찰에서 모든 것을 밝히겠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전주=임동률 기자 exi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