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1조 받은 수협, 17년간 상환은 10%에 그쳐

입력 2018-11-07 17:30
1조1581억 중 1227억 갚아
수협 "2017년부터 상환 시작
현금으로만 갚아야해 더뎌"


[ 박신영 기자 ] 예금보험공사의 공적자금을 받은 금융회사 중 수협의 상환 속도가 가장 더딘 것으로 파악됐다.

7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수협은 2001년 공적자금 1조1581억원을 받은 뒤 올해 9월 말까지 1227억원을 갚아 예보 회수율이 10.5%에 그치고 있다. 수협은 2001년 신용사업 부문에서 공적자금을 받은 뒤 수협은행이 2016년 말 수협중앙회에서 분리되면서 공적자금 상환 의무가 수협중앙회로 넘어갔다.

수협은 “공적자금을 받을 때부터 상환 시작 시점을 2017년으로 정했기 때문에 상환한 기간 자체가 짧다”고 해명했다. 수협 관계자는 “공적자금을 받은 다른 곳은 예보가 주식 등으로 출자전환한 뒤 지분 매각 등으로 회수가 쉬웠던 것에 비해 수협은 주식회사가 아니어서 현금으로 갚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수협중앙회는 수협은행에서 매년 배당을 받아 공적자금을 상환하고 있다. 수협중앙회는 2028년까지 공적자금 상환을 완료해야 한다.

SGI서울보증의 공적자금 상환율도 36.4%로 저조한 편이다. 예보는 SGI서울보증이 상장사가 아닌 까닭에 아직 기업가치를 확정짓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과 한화생명은 상장된 주식회사로 예보가 보유한 지분을 시장에 내다 팔기 비교적 수월했다. SGI서울보증은 상장이 안 돼 있어서 지분을 팔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다는 게 예보 설명이다. 예보 관계자는 “SGI서울보증에서 매년 2100억원 이상의 배당금을 받고 있어 더디지만 꾸준히 공적자금을 회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보는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해 1월 과점주주에 대한 지분 매각절차를 완료함으로써 투입된 공적자금 12조8000억원가량 중 약 83%를 상환받았다. 예보 관계자는 “우리은행 잔여 지분 18.4%는 시장상황 등을 봐가며 매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보는 한화생명에 대해서도 대한생명 시절 투입한 3조5500억원 중 70%가량을 지분 매각 등을 통해 회수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