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과거 한국과 미국 간 정책금리 차이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으나 향후 영향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과거 2년간 원화 절상 기조가 국내 물가 상승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으나 올 들어 오름세를 제한하는 영향력이 줄어들었다고 진단했다.
임 위원은 7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오찬 간담회에서 "최근 국내 거주자의 해외투자 관심 증가 등 여러 요인이 내외금리차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을 다소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과거 18년 간 한·미 금리차가 원·달러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제한적이었다. 우선 과거에는 금리차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자본거래 규모가 작았고, 해외투자자 입장에서 한국 채권과 미국 등 선진국 채권 간 투자 대체성이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해외 채권투자에 대한 환헤지 관행으로 국내 거주자의 해외투자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력은 중립적이었고, 현재도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글로벌 달러 유동성이 급격하게 악화될 경우 국내 거주자의 해외투자 등은 외환시장의 달러 유동성을 왜곡시키고, 환율 변동성을 높이는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과거 내외금리차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했던 세 가지 요인이 모두 내외금리차가 환율에 주는 영향을 다소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5∼10년 뒤에는 내외 금리 차가 환율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최근 물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던 원화 절상 추세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어 실제 기저물가 흐름은 지표만큼 낮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국이 소규모 개방경제 체제에다 수출 의존도가 높아 기저물가 흐름을 파악할 때 환율 영향도 중요한 변수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임 위원은 설명했다. 원자재의 70% 이상과 중간재의 20% 정도가 수입으로 조달되는 상황에서 해외물가는 궁극적으로 국내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임 위원은 "2016∼2017년에는 원·달러 환율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끌어내리는 정도가 줄어들었다"며 "실효환율이 지난 20년 평균치보다 소폭 높은 수준에서 안정화되고 있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은 추세 전환을 시도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환율이 물가에 상방 압력까지 미칠 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임 위원은 "경기, 환율, 해외물가, 관리물가 등 물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던 요인 중 하나가 사라지고 있다"면서도 "글로벌 경기 환경이 유동적인 상황이기에 향후 원화 가치 변동성이 크게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환율 움직임에 대한 면밀한 관찰과 기저물가 흐름과의 연관성에 대해 더 신중한 해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JP모건 수석본부장 출신인 임 위원은 금통위원 사상 첫 외국계 투자은행(IB) 출신이자 두 번째 여성위원이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