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등에 의해 성폭행이 자행됐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과 관련해 "정부와 군을 대표하여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7일 '5·18 계엄군 등 성폭력 조사결과에 따른 사과문'을 직접 발표하면서 "당시 성폭력에 관한 정부 조사에서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행과 추행, 성고문 등 여성인권 침해행위가 확인됐다"면서 이같이 사과하고 머리를 숙였다.
그는 "국민의 평범한 일상을 바랐던 민주화운동의 현장에서 여성의 인권을 짓밟는 참혹한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계엄군 지휘부의 무자비한 진압 작전으로 무고한 여성 시민에게 감당할 수 없는 피해를 준 것을 통렬히 반성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는 10대에서 30대의 어린 학생과 젊은 여성들이었고, 민주화를 위한 시위에 나섰거나 가족을 찾아 나서는 과정에서, 심지어 시위에 가담하지 않은 여학생, 임산부도 피해를 보았던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지난 38년 동안 5·18 민주화운동의 진상은 물론 여성을 향한 성폭력의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음으로써 피해자들과 그 가족의 절망과 분노는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정 장관은 "무고한 여성분들께 말로 다 할 수 없는 깊은 상처와 고통을 드린 점에 대해 정부와 군을 대표하여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군은 권력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며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지키고 국민의 인권과 존엄성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또 "그것이 대한민국 군의 책무이자 도리"라며 "국방부는 앞으로 출범하는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조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가해자 또는 소속부대를 조사하고 5·18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상 진상규명의 범위에 '성폭력'을 명시할 것을 제언한 진상조사단의 권고를 엄중히 받아들여 군에 의한 성폭력의 과오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군사정부에 저항하고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해 나섰던 광주시민의 명예를 회복하고, 보통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긴 여성들의 상처를 위로하는 데에 인력과 자원을 아끼지 않겠다"면서 " 피해여성들의 명예회복과 치유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언급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와 여성가족부, 국방부가 공동 구성한 '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은 지난달 31일 활동을 종료하면서 "당시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행 피해 총 17건과 연행·구금된 피해자와 일반 시민에 대한 성추행·성고문 등 여성인권침해행위를 다수 발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방부 장관이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과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월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은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과 전투기 무장출격 대기 사실이 밝혀지자 광주시민, 더 나아가 전 국민에 사과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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