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종부세 설계자' 김수현 사회수석
부동산 정책 업무 윤종원 수석에 이관 관측
부동산 정책의 사령탑이 바뀔 전망이다. 청와대가 부동산 정책 사령탑을 김수현 사회수석에서 윤종원 경제수석으로 바꾸는 것을 검토 중이다. 보유세 강화,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억제 등 수요억제로 일관했던 정부 부동산 정책이 수요억제, 공급 확대 병행으로 바뀔 것으로 부동산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청와대 경제수석이 부동산 정책 맡는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6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정감사에 나와 “부동산 정책을 사회수석실이 관여했던 것은 정부 초기 업무 관장에 따른 것”이라며 최근 이 같은 방향으로 업무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장 실장의 발언에 대해 “지난 9·13 부동산 대책 마련 시 대출 등 금융 분야에 경제수석실이 참여한 바 있어 부동산 대책의 경제정책적 고려를 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이지 이관 여부를 말씀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실제 정책실 내부적으로 업무 조정을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김수현 사회수석이 담당해온 에너지 정책은 이미 경제수석실로 넘어왔다. 지난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 질의에 출석한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에너지와 탈원전 정책은 그동안 사회수석이 맡았는데, 한 달 전부터 제가 맡아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가동 중”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이번 업무 이관이 그동안 김 수석이 주도해온 수요 억제 중심의 부동산 정책이 가격 급등으로 이어진 데 따른 책임을 묻기 위한 조치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설계자로 불리는 김 수석은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부동산 정책을 총괄했지만 부동산 가격 잡기에 실패했다. 한 번의 뼈아픈 경험이 있음에도 현 정부 들어서도 실패를 그대로 반복했다. 아파트 공급이 충분하다면서 수요억제책만 고집한 게 실패의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청와대는 부동산 문제는 전적으로 ‘투기꾼들의 책임’이라고 규정했다. 투기꾼만 규제하면 부동산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고 확신한 듯하다. 그러나 시장은 비웃기라도 하듯 폭등세를 보였다.
◆공급 확대책 병행
부동산 정책은 사실상 청와대가 주도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등은 지시를 따라 실무를 수행하고 있다. 청와대가 머리, 국토부가 손발인 셈이다. 사령탑이 바뀐다는 것은 정책이 변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고수했다. 역대 가장 강력한 대책이라고 자부했던 지난해 ‘8·2 대책’이 대표적이다. 공급이 부족하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공급은 충분하니 투기꾼만 몰아내면 된다’는 논리를 굽히지 않았다. 공급을 늘리기는 커녕 재건축·재개발 규제 강화로 인한 공급 억제책을 펼쳤다.
결과는 좋지 않은 쪽으로 흘러갔다. 실거래가 기준으로 서울 강남 아파트 전용 84㎡가 30억원, 59㎡가 20억원을 돌파했다. 1주일 만에 집값이 수천만원씩 오르는 일도 다반사였다. 결국 정부는 지난 9월 21일 ‘공급 정책’ 카드를 꺼내 들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2년 5개월만에 정책을 수정한 것이다.
정부의 공급 확대 방안 요지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공공택지 30개 확보를 통해 30만 가구를 추가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또 서울과 1기 신도시 사이에 신도시 4~5개를 추가로 개발키로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사령탑 교체로 공급 확대책이 예정대로 차질없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했다. 강력한 수요 억제책에 이어 공급 대책까지 마련됨에 따라 내년 집값이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당초 내년에도 집값이 급등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지만 약보합세로 수정했다. 채 위원은 “투자자가 집을 매입할 수 없도록 꽁꽁 묶어 버린 데다 공급대책마저 나와 무주택자의 불안심리가 사라지고 있다”며 “실수요자 수요만으로는 집값이 상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