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ㅣ '여곡성', 21세기에 다시 찾아온 80년대 '전설의 고향'

입력 2018-11-07 09:00


시대를 잘못 태어난 것일까. 21세기에 나타난 '여곡성'은 현 시대를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공포를 주기엔 역부족이었다.

영화 '여곡성'은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전설의 고향'의 공식을 재현한 작품. 조선시대라는 시대적 배경부터 영혼이 구천을 떠도는 이유, 악행을 행하는 방식, 여기에 원혼을 제압하는 방식까지 익숙한 이야기 전개 방식을 따른다.

'여곡성'은 1986년 개봉한 동명의 인기 영화를 리메이크했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대저택은 명문 사대부 집안이 대대손손 살아온 곳. 하지만 원인 모를 기이한 죽음이 이어지고, 손이 끊길 위기에 처하자 신씨부인(서영희 분)는 저주를 막기 위해 갈 곳 없는 옥분(손나은 분)을 며느리로 받아들인다.

집안의 은밀한 비밀을 알아채고, 이를 쫓는 옥분을 따라 '여곡성'의 이야기는 전개된다. 여기에 천한 신분 때문에 천덕꾸러기였던 옥분이 임신 후 '귀하신 몸'이 되면서 사대부 댁 안주인을 꿈꾸는 '욕망의 화신'이 된다는 설정으로 원작과 차별화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첫 장면부터 선혈이 낭자하지만 현실에서 토막살인사건이 벌어지는 현대 사회에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공포감을 주기엔 아쉬움을 남긴다. 피를 토하는 것도, 숨어있던 귀신의 등장하는 것도 '이쯤되면 나오겠지' 히는 순간에 등장하니 놀랍지 않다.

요즘 관객들은 미드 등을 통해 안방극장에서 엑소시스트 장르를 즐기는 것을 고려하면 심심함을 느낄 정도. '전설의 고향'부터 이어지는 닳고 닳은 호러 공식을 답습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기운이 빠진 공포를 서영희, 이태리 등이 멱살 잡고 끌고 간다. 하이라이트라고 불리는 지렁이 국수 장면을 비롯, 피를 뿜고, 흡혈하는 대부분의 신들이 CG없이 배우들의 열연으로 완성됐다. 서영희는 "촬영장 날씨가 너무 추워서 피와 연결된 호수가 얼어 촬영이 중단되기도 했다"며 "손에 묻은 피가 굳어 동상에 걸릴뻔 했다"고 쉽지 않았던 촬영기를 전했다.

아이돌 에이핑크 멤버에서 영화배우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손나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릴 전망이다. 손나은은 첫 주연작 '여곡성'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에 대해 "어떤 평가든 달게 받겠다. 100% 몰입해도 잘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콘서트 준비를 하느라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하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영화배우 손나은'에 대한 평가는 이제 관객들의 몫이다.

오는 8일 개봉. 러닝타임 94분. 15세 관람가.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