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株 실적 부진 여파
한달새 10%대 손실 수두룩
"향후 영업익 증가율 낮아지면서
밸류에이션 조정받을 가능성"
vs
"연간 자기자본이익률 30% 넘어
나스닥 상장사들 여전히 매력적"
[ 송종현 기자 ] 애플 아마존 알파벳(구글) 등 기술주 부진에 미국 나스닥시장 조정이 깊어지고 있다. 우량주 중심의 S&P500지수나 전통 기업 비중이 높은 다우지수에 비해 낙폭이 크다. 국내에서 판매된 미국 펀드도 나스닥 종목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와 비(非)나스닥 펀드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나스닥 하락률 두드러져
올 들어 고공행진을 펼치던 미국 증시는 지난달부터 기술주 실적과 경기 둔화 우려 등이 부각되면서 제동이 걸렸다. 10월 이후 다우와 S&P500은 각각 3.76%, 6.02% 하락했고 나스닥은 8.91% 떨어졌다. 미 국채 급등 등의 여파로 현재 실적보다 미래 성장성에 높은 ‘점수’를 받았던 기술주 등 성장주 조정 폭이 컸기 때문이다.
다우와 S&P500은 지난달 29일 이후 반등 흐름을 보이고 있는 반면 나스닥은 애플 실적을 둘러싼 불확실성 확대로 지지부진하다. 애플은 3분기에 개선된 실적을 발표했지만 4분기부터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실적 발표(현지시간 2일) 전날 222.22달러였던 애플은 이틀 새 9.23% 떨어졌다.
美 펀드 성과도 엇갈려
미국 증시가 조정받자 투자자들 관심이 컸던 미국 펀드 수익률도 흔들리고 있다. 특히 나스닥 종목이나 상장지수펀드(ETF)에 많이 투자하는 펀드들이 최근 한 달 새 큰 타격을 입었다. ‘IBKFABG+1.5레버리지인덱스W’가 한 달간 12.74%의 손실을 낸 것을 비롯해 ‘미래에셋TIGER나스닥바이오(ETF)’(-11.23%) ‘하이로이스미국스몰캡자UH’(-8.88%) 등이 성과가 안 좋았다. 미국 펀드 중 덩치(설정액)가 가장 큰 ‘AB미국그로스’펀드는 6.49%의 손실을 봤다. AB미국그로스펀드는 구글 지주회사 알파벳, 페이스북 등을 편입하고 있다.
“방향 정해진 뒤 투자 나서야”
나스닥펀드의 투자 성과를 좌우할 미국 성장주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긍정론자들은 “나스닥 상장사들의 연간 자기자본이익률(ROE: 순이익/자기자본)이 올해와 내년 각각 3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여전히 매력적”(유동원 키움증권 연구원)이고 주장한다. 반면 “앞으로 영업이익 증가율이 낮아지는 과정에서 높았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조정받을 수 있다”(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는 신중론도 확산되고 있다.
일선 프라이빗뱅커(PB)들은 대체로 △최근 몇 년에 걸쳐 큰 폭의 수익을 낸 펀드는 환매 △손실을 내고 있는 펀드는 중·장기 보유 △신규 투자는 자제할 것을 권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나스닥시장의 방향성이 확실해진 뒤 투자 비중을 늘려도 늦지 않다”는 설명이다. 최근 수익률이 낮아지긴 했지만 연초 이후로 보면 최고 수익률이 15.15%(미래에셋TIGER나스닥100ETF)에 달하는 등 나스닥 투자 펀드의 성과가 해외 펀드 가운데는 좋은 편이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