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재선…트럼프, 중간선거 끝나자 '개각 준비'

입력 2018-11-06 17:29
수정 2019-02-04 00:00
세션스 법무 교체 1순위
중남미 이민자 미온 대응
국토안보부 장관도 '미운털'

땅투기 의혹 내무장관 위태
켈리 비서실장 거취 관심
매티스 국방장관은 유임 가닥


[ 주용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중간선거가 마무리되면 대대적인 개각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개각으로 전열을 재정비한 뒤 반(反)이민과 감세, 보호무역 등 ‘트럼프표 정책’을 강력하게 밀어붙이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발판 삼아 2020년 재선을 목표로 ‘샤이 트럼프(숨은 트럼프 지지층)’를 강하게 결집하기 위한 정치 행보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중간선거 지원유세를 위해 워싱턴DC를 떠나기 전 기자들에게 “일반적으로 행정부는 중간선거 후 변화를 가하는데 우리도 그런 범주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것은 매우 관례적인 것이지만 시간표는 갖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대폭 개각을 단행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 정가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불화를 빚은 것으로 알려진 관료들이 교체 대상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법무부 제프 세션스 장관과 로드 로즌스타인 차관이 대표적이다.

세션스 장관은 러시아의 2016년 대선 개입, 트럼프 캠프의 공모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둘러싸고 트럼프 대통령과 사이가 틀어졌다. 로즌스타인 차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몰래 녹음해 직무를 박탈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의식해 이들의 교체를 미뤄왔다는 얘기가 있다.

커스텐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도 교체 대상으로 꼽힌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쪽 인물인 데다 중남미 이민자들의 미국 입국 문제에 강력히 대응하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이 화를 냈다는 보도가 나왔다. 라이언 징크 내무부 장관 역시 위태로운 처지다. 몬태나주 토지를 위법 거래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내무부 감찰과 연방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이미 공개적으로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폭스뉴스 앵커 출신인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이 후임으로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화설이 끊이지 않는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의 거취도 주목된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유임으로 가닥이 잡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티스 장관 교체 가능성을 묻는 말에 “내가 왜 그렇게 해야 하느냐”며 “아니다”고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 중간선거 하루 전 개각을 화두로 올린 건 선거 뒤 국정의 중심을 백악관이 확실히 쥐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이번 선거는 철저히 ‘트럼프 대 반(反)트럼프’ 구도로 치러졌다. 역대 어느 중간선거보다 과열되면서 미국 사회 내부의 갈등과 대립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비판이 많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분위기 쇄신을 위해 개각을 한 뒤 2020년 재선을 준비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친정 체제를 확실히 구축해 감세, 규제완화, 반이민 정책 등을 둘러싼 반트럼프 진영의 공세를 정면 돌파하려는 의도도 있을 수 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