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大들 변화 거부…4차 산업혁명 낙오자 운명"

입력 2018-11-06 17:27
글로벌 인재포럼 2018 - 미래를 여는 도전

■ 기조세션 - 미래사회 변화와 대학 혁신


[ 황정환 기자 ]
인공지능(AI)이 고차원의 지적 활동까지 대체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가까워지면서 대학에서 이뤄지는 고등교육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대학이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부터 대학졸업장이 꼭 필요한지까지 등 지금껏 당연하게 여겨오던 고등교육의 가치가 흔들리고 있다.

글로벌 대학의 수장들은 고등교육의 위기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 수잰 포티어 캐나다 맥길대 총장, 데이비드 로즈 미국 스쿨오브비주얼아트 총장, 크리스토퍼 모래시 아일랜드 더블린대 부총장, 염재호 고려대 총장 등 대학 리더들이 6일 열린 ‘글로벌 인재포럼 2018’에서 그들의 통찰을 공유했다. 좌장은 조동성 인천대 총장이 맡았다.

총장들은 대학의 변화는 ‘숙명’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구글, 페이스북 등이 투자해 AI 연구의 메카로 떠오른 맥길대의 포티어 총장은 “지난 한 세기 동안 대학졸업장은 신분 상승의 사다리로 기능했지만 지금은 언제 사다리가 뱀이 돼 사다리에서 추락할지 그 누구도 모르는 시대”라며 “대학은 끊임없이 배우고 혁신을 주도하는 인재를 키워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화를 위해선 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로즈 총장은 “캠퍼스 안에 꽁꽁 묶여 있던 지식을 확산시켜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MOOC(무크: 대중공개수업) 등 온라인 교육 실험이 의미있는 대학의 변화를 불러일으키진 못하고 있다”며 “지식세계의 기득권을 지닌 명문대학들이 자신의 존립 기반을 흔드는 변화를 거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대로 가면 대학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기는커녕 참여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며 “타성에서 벗어나야 혁신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전통적인 대학교육이 지닌 강점을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오스카 와일드, 사무엘 베케트 등 유수의 문인을 배출한 더블린대의 모래시 부총장은 “기술혁명시대에 역설적으로 더 중요해진 것은 사람에 대한 이해”라고 지적했다.

총장들은 시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그들의 노력을 소개하기도 했다. 염 총장은 “학과 간, 학교·기업 간 경계를 허문 복합 의료연구단지 ‘KU-MAGIC’, 7층 건물을 111개의 토론실만으로 채운 ‘SK미래홀’ 등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