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까마' 커뮤니티서 온라인 만물상 된 '도매꾹'

입력 2018-11-06 17:14
80만 가지 상품 거래
국내 최대 온라인 도매시장
양말 450원, 셀카봉 1100원 등
연간 1500억원어치 팔려

지하철역 잡화점·시장 좌판 등
소량으로 사는 소상인 주고객
일반인도 같은 값에 살 수 있어

배송대행 B2B 서비스도 오픈


[ 김기만 기자 ]
유동 인구가 많은 지하철역 근처에서 패션 잡화점을 흔히 볼 수 있다. 양말과 목도리, 레깅스, 셀카봉, 보조배터리 등 팔고 있는 품목만 보면 만물상에 가깝다. 가게 주인은 이런 물건들을 어디서 사오는 걸까.

잡화를 파는 가게 주인과 노점상들의 성지와 같은 사이트가 있다. 온라인 도매시장인 ‘도매꾹’이다. 이곳에서는 양말이 450원, 셀카봉이 1100원에 거래된다. 상품을 대량 구매하거나 납품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힘든 소상인들이 주로 찾는다. 국내 대표적 도매 시장인 동대문시장과 남대문시장을 온라인으로 옮겨놓은 셈이다. 대형 서점에서 ‘3개 1만원’에 파는 전자기기 액세서리도 도매꾹을 거쳐 가는 경우가 많다.

누구나 도매가격으로 상품 구매

도매꾹은 세계 최대 도매 온라인몰인 중국 알리바바와 같은 모델이다. 모영일 지앤지커머스 대표는 도매상과 도매상, 도매상과 소매상 등을 연결하는 사업으로 시작했다. 도매시장이지만 일반 소비자도 같은 가격에 상품을 살 수 있다. 도매꾹을 운영하는 모 대표는 “온라인 쇼핑이 보편화하면서 도·소매 가격 차이가 거의 없어졌다”며 “최소 구매 수량을 1개(샘플 구매)로 낮춰 일반 소비자도 접근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시작은 온라인 커뮤니티 ‘나까마’였다. 나까마는 중간 상인을 의미하는 유통업계 은어다. 모 대표는 “2000년대 초반 도매시장의 유통은 인맥과 개인 수첩에 의존하는 폐쇄적인 형태였다”며 “도매유통 정보를 공유하고 시장을 양성화하기 위해 커뮤니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도매꾹은 30% 내외였던 중개 수수료를 3~6%로 낮췄다. 수수료가 낮고 새로운 상품 정보가 빠르게 올라오자 사이트를 찾는 유통업자가 늘기 시작했다. 그렇게 20년 가까이 흘러 도매꾹 회원 수는 현재 200만 명에 달한다. 하루에 거래되는 상품 종류는 80만 개가 넘는다.

도매꾹은 국내 전체 온라인 도매 시장 트래픽의 약 70%를 차지한다. 하지만 연간 거래액은 1500억원 내외로 적은 편이다. 15조원으로 추산하는 국내 B2B(기업 간 거래) 오픈마켓 시장 규모의 1% 정도 수준이다. 모 대표는 “세금과 수수료를 아끼기 위해 도매상끼리 직거래를 시도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며 “10년 전만 해도 동대문시장 상인의 60~70%가 도매꾹과 거래했지만 지금은 5%도 안된다”고 설명했다. 사이트에서 전화번호를 보고 수수료를 아끼기 위해 직거래하는 상인이 많다는 얘기다.

배송대행 B2B 서비스 ‘도매매’

지앤지커머스는 사업 다각화를 위해 최근 배송대행 B2B 서비스 ‘도매매’를 선보였다. 도매매는 재고 없는 쇼핑몰 창업을 도와주는 서비스다. 해외에서는 ‘드롭시핑(dropshipping)’이라고 부른다. 판매자가 상품 재고를 두지 않고 오픈마켓 등에서 받은 주문을 처리하는 유통 방식이다. 상품 제조사나 도매업체에서 판매자에게 상품이미지 등을 제공하고, 상품 배송도 직접 한다. 판매자는 재고 관리나 배송에 신경 쓰지 않고 판매에만 집중할 수 있다.

캐나다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쇼피파이의 성공 요인 중 하나가 드롭시핑 서비스다. 서비스 구축의 진입 장벽을 낮춰 온라인 쇼핑몰 창업을 활성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쇼피파이는 연평균 매출 증가율 90%를 기록하며 아마존과 이베이에 이어 전자상거래 시장 점유율 3위에 올라섰다.

도매매는 ‘전문셀러’를 양성해 무자본·무재고 창업을 활성화하는 게 목표다. 모 대표는 “상품을 직접 보유하지 않은 전문 셀러가 다양한 인터넷 시장에서 상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전자상거래가 더욱 활성화할 수 있다”며 “제조업체나 도매 유통업체도 안정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